청년의 표, ‘현금’으로 살 수 있는가
선거철마다 자주 속아 넘어가는 표현이 몇 가지 있다. 청년·공정·지원 같은 단어들. 허태정 후보 20만 원, 박찬대 후보 45만 원, 추미애 후보 100만 원. 지원금 숫자가 나열될 때마다 미래 세대의 가치는 ‘얼마면 살 수 있는 표’로 치환되는 듯한 불쾌감이 엄습한다.
여기에 충북 괴산·보은·영동, 전북 남원·보성·임실·정읍 등 약 10개 기초단체는 이미 올해 초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60만 원의 지원금을 전 주민에게 지급하며 현금 살포 행렬에 참여했다. 여야 할 것 없이 터져 나오는 현금성 공약 남발을 보며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달콤한 현금은 공짜가 아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빚을 내어 뿌리는 돈은 결국 미래 세대인 청년이 갚아야 할 독배다. 눈앞의 몇십만 원에 기뻐하기엔 우리가 짊어져야 할 국가 채무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뉴딜 정책처럼 일자리·주거·교육 등 청년의 삶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철이 다가오자 중장기적 비전은 사라지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현금 살포’라는 마약에 모두가 취해버렸다. 청년 뉴딜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누가 더 많은 돈을 뿌릴 것인가라는 유치한 숫자 싸움만 남았다.
우리는 단순한 현금 수혜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 6·3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은 것은 당장의 용돈 몇 푼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치솟는 주거비를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청년의 표심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내일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