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투엔티’와 ‘영 식스티’ 씁쓸하다
20대 취업률이 60대보다 더 낮고 ‘그냥 쉬는’ 청년만 43만 명 충격 ‘청년 뉴딜’ 한계…‘JX’ 대책 절실
금아(琴兒)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읊었다. 이어 “오월의 청춘은 신록과도 같아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어느덧 짙어지고 녹음이 우거진다”고 했다. 청춘의 오월은 금아 선생의 말대로 청신하고 해맑은 축복의 계절이다. 그런데 청춘의 얼굴은 밝지 않다. 중동전쟁 장기화, 경제 위축, 인공지능(AI) 확산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취업시장에는 냉기가 돈다. 청춘의 입직(入職)은 더디고 청신한 얼굴엔 세월이 스며든다. 이런 사회 현상을 빗댄 ‘올드 투엔티(Old Twenty)’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실제가 그렇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3년 연속 증가했다. 2023년 40만 명, 2024년 42만 1000명, 2025년 42만 9000명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 더 심각한 건 청년층 고용률이 2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속 1년 미만 신규 채용자 중 청년층 비중은 25.2%에 불과했다. 청년이 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나 걸렸다.
청년의 사회 진출 지연은 ‘나이 듦’을 의미한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열풍, 고임금 대기업 선호, 만 60세 정년 연장 논란, 신규 일자리 감소 등의 여파로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AI 활용이 일반화함에 따라 신입이 맡던 단순 업무는 줄고, 고숙련 인력과 경력직 선호 현상은 강해진다. 상당수 청춘이 계속 쉬거나 저숙련·저소득 일자리를 전전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그런데 뜻밖의 현상이 나타난다. 60대 아버지 세대의 고용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은퇴 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는 ‘영 식스티(Young Sixty)’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 3월 60대 고용률은 59.5%로 20대의 58.7%를 추월했다. 고용률은 해당 연령 전체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뜻한다. 20대 고용률이 60대보다 높아야 정상적이고 건강한 고용구조인데 뜻밖에도 ‘역전’된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놓고 부모와 자식이 다투는 형국으로도 비칠 수도 있다.
사실 나이를 잊고 건강하게 오래 일하면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영 식스티’ 중에는 자발적인 구직자가 많다. 이들 중 30%는 단순 노무직에 재취업해 평생 쌓았던 경륜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영 식스티’는 노부모를 공양하고 ‘그냥 쉬는’ 20대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마처 세대’라고도 불린다. 모든 연령층에서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마지막이자 처음 세대’라는 의미다. ‘마처 세대’와 ‘올드 투엔티’의 삶이 오버랩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이제는 ‘올드 투엔티’와 ‘영 식스티’가 하모니를 이루는 선순환 고용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의 눈을 돌려야 한다. AI 전환(AX)의 영향으로 ‘직업 대전환(JX, Job Transformation)’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메타’는 전체 직원의 10%인 8000명을 5월에 해고하고, 6000명의 신규 채용도 백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미국 내 직원의 7%(8700명)에게 조기퇴직을 권유했다고 한다.
청년층의 취업 문이 좁아질수록 ‘올드 투엔티’는 더 늘어난다.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청년의 청신한 얼굴에 주름을 얹히는 사회는 우울하다. 정부는 ‘청년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일 경험과 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담 부서도 없이 청년정책을 부수적으로 취급하는 모양새다. 인력 수급, 고용 유연성, JX 대응을 망라한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