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남 눈치 보지 말고 뚝심있게 뛰어드세요”

어딜가나 카메라와 함께하는 여정 “공항으로 가는 매 순간이 내겐 천직” 인쇄 직전까지 치열한 팩트체크의 연속 “위기 속에서 항상 새로운 길 찾아내”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활자의 힘 “텍스트 여백은 독자가 직접 채우는 것”

2026-05-19     배정아 기자
국내

예능 프로그램 ‘아이더샬레’ 시즌3 군산 편에는 특별한 출연자가 등장할 예정이다. 매번 카메라 뒤에서 타인의 삶과 낯선 여행지를 프레임에 담아내던 여행 전문 잡지 ‘트래비(Travie)’의 곽서희(33) 기자다. 인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가수 권은비과 함께 캠핑 장비만을 멘 채 군산의 구석구석을 누빈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의 경험이 낯설면서도 설렜다고 말한다.


“언제나 기록하는 사람의 위치에 서 있다가 직접 ‘찍힘’을 당하는 처지가 되어보니 모든 순간이 새로웠다”며 운을 뗀 곽 기자는 “맨손으로 자연을 마주하며 여행계의 베테랑들과 호흡을 맞춘 2박 3일은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뜨겁게 달리는 곽 기자를 만나 여행이라는 눈부신 낭만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그녀의 치열하고도 정직한 기록을 들여다봤다.

 

여행 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전 세계 여행지를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자입니다. 관광청·항공사·호텔·리조트 등 여행 산업 전반의 파트너들과 협업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주 업무예요. 취재를 통해 얻은 생생한 정보와 감상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 매달 한 권의 잡지(월간지)를 완성해 내는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곽 기자가 몸담은 트래비(Travie)는 2005년에 창간된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전문 매거진이다. 여행신문이 발행하는 월간 여행 잡지로, 국내외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 문화와 트렌드를 담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2023년부터는 여행 에디터들의 생생한 취재담과 주목할 만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트래비 레터’ 뉴스레터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올해로 7년 차  기자가 되셨네요.
“7년이 흘렀는데도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나 캐리어에 짐을 꾸릴 때마다 ‘이 일은 내 천직이구나’ 하고 매번 온몸으로 실감합니다. 여행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인터뷰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낯선 타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깊이 있게 교감할 때마다 살아있는 생동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해외 취재를 나갈 때마다 내가 이 길을 참 잘 선택했다는 확신을 얻곤 하죠.”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던 순간은 없었는지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합니다. 다만 체력적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에요. 주말과 공휴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일은 다반사죠. 장거리 취재의 경우 길게는 2주 넘게 타지에서 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해요. 일반적인 유람이 아니기에 매 순간 무거운 장비를 들고 촬영해야 합니다. 번지점프·스카이다이빙·프리다이빙처럼 험난한 액티비티도 기자가 직접 소화해 내야 합니다. 육체적으로 버거울 때가 종종 있어요.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습니다.”

 

기사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공 들이는 과정이 궁금해요.
“철저한 ‘팩트체크’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요. 기자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매달 발행되는 월간지를 쓰다 보니 취재를 다녀온 시점과 실제 인쇄돼 독자에게 도달하는 시점 사이 시간 차에 대해 가장 큰 신경을 쏟아부어요. 해당 장소를 다녀왔을 때는 활발히 영업 중이던 명소나 식당이 발간 직전에 폐업하기도 하고, 국제 정세나 기후 변화로 여행경보가 발령되기도 합니다. 이런 변수들을 인쇄 직전까지 체크하는 데 에너지를 쏟습니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요.
“여행지는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로라를 찍으러 갔는데 날씨가 흐려 전혀 보지 못하거나, 맑은 해변을 담아야 하는데 태풍과 폭우를 만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베테랑 기자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죠. 화창한 날을 기대하고 갔는데 비가 쏟아진다면, 현장에서 기획의 방향을 빠르게 틀어 ‘비 오는 날 걷기 좋은 운치 있는 여행지’로 주제를 변경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공간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매력적으로 포장해 내는 것이 저의 몫입니다.”        

 

 

작년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한 노하우가 있나요.
“부지런함이 필요해요.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일어나 일출을 담고, 깊은 밤까지 깨어 별을 쫓아야 합니다. ‘올라갈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에 몸을 움직여 산 정상에 올라야만 ‘인생 컷’을 건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죠. 넓은 시야도 필요해요. 정면만 바라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주변에 안테나를 세워야 합니다. 기자들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디어 생태계 변화 속 활자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은요.
“영화와 소설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나 숏폼 같은 영상 매체는 시각적으로 모든 정보를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노출하죠. 보는 이가 스스로 상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여행 잡지는 단 한 장의 엄선된 사진과 정제된 글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해요. 활자 사이의 여백을 독자가 직접 머릿속으로 메워가며 여행지의 공기와 매력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 이것이 텍스트 매체만이 가진 독보적인 영역입니다.”

 

잡지 시장 속에서 트래비만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요.
“트래비는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관광청과의 협업을 통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원정대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는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찾아왔던 매너리즘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복했습니다. 7년 동안 매달 지면을 만들어내며 반복되는 루틴에 지루함을 느꼈을 때,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잡지에서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서사를 활자로 풀고,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유쾌하고 통통 튀는 취재 비하인드는 숏폼으로 전달하니 두 플랫폼이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 인생의 모토는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하라)’입니다. 현실적인 여건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간극이 삶을 파괴할 정도로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정신이 굶주리는 것은 참기 힘들죠.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살 때 진정한 행복에 닿을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기자로서 다시 가고 싶은 단 하나의 목적지를 묻자, 곽 기자는 ‘캐나다 유콘’을 꼽았다. 태양활동 극대기 시즌에 맞춰 야심 차게 오로라 취재를 떠났으나 머무는 5일 내내 폭우와 구름에 가려 선명한 오로라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이다. “꼭 다시 가서 하늘을 온통 뒤덮은 초록빛의 선명한 오로라를 카메라에 완벽히 담아내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그의 모습에서 식지 않은 열정이 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세상의 가장 흥미롭고 극적인 일들은 대부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여행이든, 사진이든, 혹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든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마세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눈치 보지 말고 뚝심 있게 나아가세요.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배정아 기자 jeonga1339@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