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얼음을 위하여

2026-06-09     김도연 편집장

‘여름에 먹자고 얼음 뜨기’라는 옛 속담이 있다. 큰일에 쓰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 속에서 정성껏 얼음을 채취해 저장해 둬야만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 사회는 다가올 미래라는 뜨거운 여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얼음을 채취하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의 출범 1년을 돌아보는 경제·사회 정책의 성적표는 쓰라리다. 미래 세대를 위한 ‘얼음 뜨기’라 할 수 있는 청년 고용 분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청년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4월 43.7%를 기록했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 구조개혁도 미뤄져 청년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확장 재정 속에서 청년들의 삶은 얼음을 모으기는커녕 방치됐다.

 

청년들은 침묵하지 않는다. 이들의 분노는 국경을 넘어서도 뜨겁다. 대졸자 실업률이 40%에 육박하는 인도에서는 청년 실업자를 바퀴벌레에 빗댄 사법부의 망언에 맞서 가면을 쓴 청년들이 ‘바퀴벌레국민당(CJP)’을 조직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일어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학 총학생회들은 “민주주의가 멈췄다”라며 즉각적인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불공정한 시스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마이크를 잡아 주권을 외쳤다. “나의 한 표는 물 한 방울처럼 작지만, 우리의 표는 굽이치는 강물과 같습니다.” 우리가 던진 표와 외침이 모여 마침내 시대를 움직이는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올해 단대신문에서도 청년들의 뜨거운 목소리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한 학기 내내 빠짐없이 지면에 담아왔다. 세상의 거창한 담론 뒤에 가려진 생소하지만 정직한 얼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담아내는 것. 그것이 대학 언론의 본령이다. 이는 같은 청년이자 기자인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다.

 

다가올 여름에 먹을 얼음은 한겨울의 땀방울 없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일시적인 미봉책을 쥐여줄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정한 연금 개혁이라는 진짜 ‘얼음’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세상에 던지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가올 사회적 폭염에 대비해 오늘날 가장 뜨겁고도 단단한 얼음을 뜨는 것이 바로 단대신문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