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를 넘어 일상으로, 지속가능성이 캠퍼스에 뿌리 내리려면

“존재는 알아도 체감 낮아” 대학가 SDGs 현주소는

2026-09-01     김유림·구민채·조운서 기자

 

일러스트=윤현서

국제사회는 2015년 UN 총회에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를 채택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공동의 약속을 체결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불과 4년여를 앞둔 지금, 목표를 향한 여정은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다. 지난 7월 7일 발표된 UN 경제사회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 2026’에 따르면 SDGs 이행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139개 목표 중 달성 궤도에 있거나 중간 수준의 진전을 보인 목표는 36%였으며, 절반 가까이는 진전이 미미하거나 정체된 상태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과제는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동시에 많은 에너지원을 소비하는 대학가와도 직결된 문제다.

 

지속가능성, 대학 대외 평가 핵심 지표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개념인 SDGs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우르는 ESG는 대학의 지속가능성 정책과 평가안에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대학 평가 기관 QS는 ‘QS 세계 대학 지속가능성 순위’를 통해 대학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영향을 평가한다. 영국의 연간 고등교육기관 평가 체제인 THE 또한 올해 기존 ‘임팩트 평가’를 ‘지속가능성 임팩트 평가’로 재편해 대학의SDGs 기여도를 ▶연구 ▶운영 ▶사회공헌 ▶교육 영역에서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2024년 개정된 ‘대학 ESG 가이드라인 V2.0’이 공개됐다. 특히 대학 ESG 가이드라인은 학생 참여를 주요 평가 요소로 제시하며, 학내 구성원이 지속가능성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직접 참여하는 환경 조성을 강조한다. 대학의 지속가능성이 단순한 실적을 넘어 학생이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참여하는지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대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천안캠퍼스는 20개 건물에 약 2만 6천여 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구축해 조명·냉난방·대기전력을 자동 제어하고 있다. 시운전 과정이었던 지난 3월 약 31만 7천 킬로와트시(kWh), 4월 약 21만 5천 킬로와트시(kWh)의 에너지 절감량도 확인됐다. 현재는 실제 운영 중으로, 절감 효과를 확인하는 최적화 단계에 있다. 죽전캠퍼스 역시 냉난방 설정온도 제한과 자동 종료, 노후 조명의 LED 교체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아는 친환경’ 넘어 학생이 바꾸는 캠퍼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체감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예주(영어4)씨는 “대학에서 진행 중인 지속가능성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홍보와 참여 기회 부족을 지적했다. 이건영(수학1)씨 역시 “우리 대학에서 친환경 정책 추진에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직접 체감하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 경험은 없다”라고 말했다.

 

손연아 통합과학교육연구소 연구소장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시설·제도·정보 3축 체계가 학생의 실천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손 연구소장은 “대학의 지속가능성 성과와 정보를 재학생들이 일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채널로 공개하고 피드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천안캠은 에너지 절감 데이터를 시설 관리에 활용하고 있지만 학생이 직접 확인할 별도의 공개 플랫폼은 없다. 이에 손 연구소장은 학사 시스템이나 캠퍼스 앱을 통한 탄소 대시보드, 건물별 에너지 절감 실적 게시, 정기적인 성과 공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환경을 위한 행동을 개인의 편의를 포기하는 희생으로 여기는 인식 또한 실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손 연구소장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선택이 불편하거나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면 실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통합과학교육연구소가 매년 선발해 운영 중인 ‘DKU 대학생 환경교육단’이 있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환경교육과 ESG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지역 초·중등학교를 찾아 환경 교육을 진행한다. 위 과정으로 교육 참여자를 넘어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참여한다는 의의가 있다. 

 

지난

보여주기식 아닌 진정한 환경적 가치 창출에 힘써야

지속가능성과 ESG는 비단 대학만의 과제가 아니다. 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주요 경영 추세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실질적인 변화보다 단순 수치 달성이나 제품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한상설 경영대학원 교수는 “2030세대는 지속 가능한 가치가 자신과 가족의 생존에 직결됨을 인식하고 있어 관련 제품에 호의적”이라며 기업이 SDGs 원칙을 실질적 이행 없이 대외 홍보용 수단으로만 소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교수는 “기업 마케팅에서 그린워싱 현상이 반복될수록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해 기업과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올해 발표된 연구 ‘ESG워싱 유형이 소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그린워싱·소셜워싱·거버넌스워싱이 모두 소비자의 위선 인식을 높이고, 기업 신뢰와 이미지 등 소비자 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릴 때 홍보와 실제성과 사이 괴리를 줄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SDGs는 평가 순위 상승과 친환경 시설 개수, 에너지 절감량은 지속가능성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가 홍보물에만 머물고 학생이 정책의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거나 개선에 참여할 수 없다면 교육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대학은 성과뿐 아니라 부족한 부분과 개선 계획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이 문제를 발견해 해결책을 제안할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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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경제와 공유경제로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다

1987년 UN 브룬트란트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으로 정의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영속성 자체가 아니라 현재의 필요와 미래의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있다. 

 

이어 2020년 유네스코는 ‘전체 기관 차원의 접근’으로의 확장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을 특정 수업이나 캠페인에 한정하지 않고 교육과정·캠퍼스 운영·조직의 의사결정·구성원 참여·지역사회 협력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김기옥 분쟁해결센터 연구교수는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시설이 곧 학생의 교재가 되는 대학’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핵심은  ▶구매 ▶사용 ▶회수 ▶재사용의 전 과정을 연결하는 데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덕기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회장 역시 과잉생산을 줄이고 수요에 맞게 생산하는 ‘축소경제’와 자원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 회장은 “현재 시장은 수요를 초과해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과잉 구매를 지양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소비자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누군가의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는 일, 혹은 정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거대한 과제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는 것’과 ‘내 일로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거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비해 왔는지부터 되짚어보는 일이다.

 

 

김유림·구민채·조운서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