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로그아웃, ‘스포츠’ 로그인… 게임 보는 눈이 달라졌다

e스포츠 세계 시장이 2034년에 480억 달러 9개 단과대 자존심 건 롤드컵, 캠퍼스 달군다

2026-10-13     박소영·김창호 기자, 강순영·한채은 수습기자

 

“이겼다!”

이달 4일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이 ‘대전 격투’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종목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정상에 올랐다. e스포츠가 국제 종합 대회의 정식 종목이 될 만큼 위상이 높아지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작년 3월 딜로이트의 ‘e스포츠 산업의 현황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장은 작년 81억1000만 달러에서 오는 2034년 480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21.9%씩 성장할 전망이다. 김세윤(e스포츠) 교수는 “여전히 게임을 오락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부모와 학생이 함께 게임 아카데미에 등록하러 가는 모습을 보며 인식이 많이 바뀐 점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표=윤현서

우리나라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PC방의 확산을 바탕으로 e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데 이어 PC방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1999년 현 KT알파가 운영한 하이텔이 ‘KPGL’을 개최하며 게임 중계의 시초를 열었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접하고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프로 인증과 장학금까지, ‘진짜 산업’으로 키우는 각국
해외에서도 e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일본e스포츠연합(JeSU)을 통해 프로 상금을 노동의 보수로 인정하고 라이선스·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필리핀은 노동권과 지식재산(IP) 보호를, 미국은 대학 장학제도를 통한 선수 육성을 추진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외 각국이 제도를 정비하는 가운데 한국의 지원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설 투자와 국제대회 개최를 지원하고, 중국은 e스포츠를 공식 체육 종목으로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고 있다”며 “한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종주국으로 평가받지만 후발주자에 비해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원 분야 이분화로 인한 행정적 한계도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향후 국내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종목 개발과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캠퍼스 넘어 지역사회로…“모두가 즐기는 판 만든다”
캠퍼스에도 e스포츠를 매개로 한 학생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천안캠퍼스의 ‘오버워치’ 오픈 채팅방에서 시작된 e스포츠 동아리 M.O.D.E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 대학 리그 ‘발로란트’ 종목에 출전했으며 e스포츠 기업 ‘젠지’의 대학 프로그램 ‘젠지 유니버시티’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 신설된 대학원 e스포츠학과는 2023년에는 죽전캠퍼스에서, 2024년에는 천안캠에서 M.O.D.E가 중계와 해설을 맡은 학과별 대항전 ‘단두대’를 열었다.


한편 우리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한 e스포츠 대항전도 개최됐다. 바이오헬스혁신융합대학사업단과 천안시 장애인체육회가 함께 주최한 휠체어 e스포츠 대회 ‘BioHealth UniConnect e-Sports Challenge’도 올해 2회째를 맞았다. 김 교수는 “대학 안에서 대회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로 넓혀 대학생을 대상으로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대회를 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현(경제1) M.O.D.E 부회장은 “e스포츠 행사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즐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죽전캠에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9개 단과대학이 모두 참여한 ‘단국대학교 LoL 챔피언십’이 열렸다. 이 대회는 오는 11월 22일까지 진행되며, 단과대학별 예선에서 상위 2개 팀을 뽑아 총 18개 팀의 90명이 본선을 치른다. 대회 기획자 정민석(수학교육3)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작년 단과대학 연합 롤드컵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고 직접 선수로 출전하면서 e스포츠가 학우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자체가 우리 대학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범대학 예선전 출전자 정진우(수학교육1)씨는 “아쉽게 팀은 예선 탈락했지만,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행사가 열리면 또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보완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뚜렷하다. 국내 e스포츠가 LoL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김 교수는 “향후 LoL의 인기가 사그라들어 대회 종목에서 빠지게 됐을 때를 생각하면, 종목의 다각화·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을 독점 공급하는 개발사가 리그 개최와 국제대회 종목 채택을 좌우하는 구조도 한계다. 2023년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리그 운영 중단을 결정하자 구단과 프로 선수들은 한순간에 활동 기반을 잃었다. 김 교수는 수익을 내야 하는 개발사와 경기 개최를 원하는 선수·구단·관중의 입장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스포츠 대회를 여는 개발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간접적인 지원 방법을 고려해 볼 시기“라고 말했다.

 


박소영·김창호 기자, 강순영·한채은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