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진주의 아름다움

5. 서양 예술 양식 ‘바로크’

2026-10-13     유헌식 인문학자

 

이탈리아

예쁜 코가 성형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콧날 중앙선을 기준으로 양쪽 코의 비례가 정확히 같으면 성형일 가능성이 높다. 자연적인 코는 양쪽이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어떤 형태든 양쪽이 불균형하고 불일치하는 비선형성의 원리가 작동한다. 성형은 자연의 비선형적인 요소를 제거해 이상적인 형태를 만드는 행위다. 따라서 성형한 코는 임의로 가장한 질서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직선적인 것에는 생명이 깃들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살아 있는 생명의 역동성은 부조화와 불일치에서 비롯한다. 이 점을 예술로 담아낸 경향이 17~18세기 서양의 예술 양식으로 등장한 ‘바로크(Baroque)’다. 이 명칭은 본래 포르투갈어 ‘pérola barroca(일그러진 진주)’에서 유래한다. 카라바조, 루벤스 등의 바로크 화가 작품들은 르네상스의 균형과 조화에서 벗어나 극적이고 역동적인 표현을 추구한다. 바흐의 바로크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은 서로 다른 멜로디가 동시에 연주되는 다성음악으로, 그 안의 대위법적 움직임은 복잡하고 비대칭적이다. 바로크는 얽히고설키는 인간사의 실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자연의 생명은 불규칙하게 일그러져 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해도, 흔들리며 절뚝거리지 않을 수 없다.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에서 주인공 필립은 선천적으로 한쪽 발이 안으로 뒤틀린 절름발이다. 그가 계획한 어떤 일도 부드럽게 해결되는 법 없이 항상 삐거덕거리며 진행된다. 이런 필립에게 그의 멘토격인 크론쇼는 페르시아 양탄자를 선물한다. 필립은 이 소설이 끝나갈 무렵에야 그가 왜 페르시아 양탄자를 선물했는지 이해한다. 행복뿐만 아니라 불행도 삶이라는 양탄자를 직조하는 데 불가결한 요소라는 깨달음이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삶의 무늬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동기가 될 뿐이다. 이처럼 그는 권태든 격정이든, 쾌락이든 고통이든, 그것들이 삶의 무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봐 기꺼이 받아들인다.

 

삶의 본래성은 ‘일그러짐’에 있다. 모든 삶은 절뚝거리며 간다. 예기치 못한 변수와 타자(他者)의 개입이 불가피한 한 깔끔하게 직선적으로 진행되는 삶은 없다. 반듯한 양식 진주와 달리 자연산 진주는 일그러져 있다. 일그러진 진주만이 진짜이듯이, 일그러지지 않은 삶은 진짜가 아니다.

 

 

유헌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