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 후배들의 길을 이야기하다-김도훈 ㈜가자컬쳐스 대표(연극영화·96졸)
모델부터 배우, 사업까지 섭렵 핵심 경쟁력은 나만의 캐릭터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예술인”
“배우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졸업 후 관련 업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어 주고 싶어요.” 연기학원 운영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김도훈(연극영화·96졸) 동문이 후배들을 향한 마음을 이야기하며 전한 말이다. ㈜가자컬쳐스 대표로 배우 지망생들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는 그는 현재 우리 대학 연극영화과 동문회장으로도 활동하며 후배들과 모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변화하는 콘텐츠 산업 속 배우에게 필요한 역량부터 후배와 모교를 향한 애정까지, 김 동문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만들어 갈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대학 연극영화과 진학 동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을 꿈꾸며 CF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어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나아가 공연예술 전반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연극영화과 지원을 결심해 우리 대학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유민영 교수님의 ‘한국연극사’ 강의가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역사 강의가 고리타분하고 싫었는데 돌이켜보니 유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고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알고 보니 유 교수님이 ‘예술 경영’이라는 개념을 학계에서 처음 주장하신 독보적인 분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것만 좋아했는데 한 분야의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철학과 인문학, 역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재학 시절 추억을 돌이켜본다면요.
“예전 예술대학 앞 잔디마당에서 커다란 디딤돌을 가져와 버너 위에 올려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다 같이 삼겹살을 맛있게 먹던 추억이 생생하네요. 당시 예술대학 학장님이 이영수 교수님이셨는데, 고기를 굽는 우리를 유쾌하게 타이르시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게만 느꼈는데 지나고 보니 학생들을 참 많이 아끼셨던 것 같아요. ‘갈매기’라는 호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하며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으스스한 새벽 안서호에서 연습하던 때도 생각나네요.”
-졸업 후 어떤 활동을 이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케이블TV와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공연 기획사인 에이콤에 입사해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일본 자객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당시 작품을 통해 현재 연인인 배우 오나라(51)씨를 만나게 됐죠. 그러다 연극영화과 동문회의 운영이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게 됐고, 직접 동문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이후 레스토랑과 와인바를 운영하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매니지먼트 사업을 비롯해 연기학원과 입시학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배우로 시작해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 영역을 넓혀온 셈이죠.”
-최근 문화 산업에서 변화는요.
“OTT(Over-the-Top,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OTT 서비스 초기에는 제작되는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OTT 기업들이 대규모 작품 몇 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규모 작품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습니다. 아울러 OTT 서비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기존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편수도 감소하게 됐어요. 다만 단순히 유명 배우를 중심으로 작품이 제작되던 흐름에서 벗어나, 신인 배우들도 실력만 있다면 빠르게 주목받고 탄탄한 제작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죠.”
-오늘날 배우에게 필요한 태도는요.
“배우는 단순히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직업이 될 것입니다. 나의 매력과 철학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중요하죠. 대학로 중심의 연극 문화가 성행할 당시에는 뮤지컬이 지금처럼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읽은 배우들은 뮤지컬에 적응해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어려움을 겪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OTT, 숏폼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배우들의 활동 영역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배우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MC·모델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연영화학부의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과거 연극영화과가 천안캠퍼스에 있을 때 전용 극장이 있었던 것과 달리, 죽전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바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점이 아쉬워요. 중앙대나 홍익대처럼 대학로에 학생들이 학업과 공연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학교 안에만 머무르기보다 외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공계에서 대학 내 기업을 설립해 연구 과제를 수주하듯이 문화예술계에서도 대학 기업 형태의 매니지먼트 회사를 세워 학교가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면 좋겠어요. 우수한 작품의 판권을 확보해 학생들이 공연 제작에 참여하고, 지역 공연장에서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도 추진해 볼 만합니다.”
-향후 연극영화과 동문회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우선 ‘동문회’라는 이름부터 바꿔보고 싶어요. 동문회라고 하면 다소 딱딱하고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동문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처럼 새로운 이름으로 젊은 세대 졸업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또한 청룡영화상과 같은 유수의 상을 받은 우리 대학 출신 연극인,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을 모은 명예의 전당을 조성해 동문들이 학교를 다시 찾고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좋은 예술인은 무엇인가요.
“정성껏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예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장소를 아끼고 사랑해야 해요. 과거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있었던 곳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더불어 자신이 여유가 있고, 성공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배우를 비롯한 예술인은 결국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인 만큼, 주변을 아끼고 베풀 줄 아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고 긍정적인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삶도 불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행복을 찾으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생각보다 많은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며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난 4월,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2026 홈커밍데이에 참석한 김 동문은 예술대학 앞마당의 나무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학 시절 주먹만 한 굵기에 불과했던 나무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며 두 팔로도 감싸기 어려운 아름드리나무가 된 것이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처럼 김 동문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후배들을 바라봤다.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고목같이 그는 후배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어느 때나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약력
-㈜가자컬쳐스 대표
-가자 연기학원 대표
-모드하우스 보이그룹·걸그룹 위탁 교육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위탁 교육
-각종 매니지먼트 위탁 교육
김창호 기자 zzanghx@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