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포스터 그리기
조금 유치할 수 있지만, 주변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통일 포스터 그리기 대회 수상이 상위권에 오를 것이다. 2014년경엔 한 초등학생이 그린 ‘포스터 그리기 지겹다 통일해라’ 포스터가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렇게나 통일 포스터를 많이 그려보고 상도 받은 20·30세대지만, 동시에 통일에 가장 부정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지난 9월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6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남북이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31.5%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30대에서는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까지 합쳐 과반을 넘었다. 안 그래도 낮아지던 통일 인식 속에 2023년 북한의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겠다”는 선언은 통일 회의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쪽이 통일을 부정하는데 추구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 보였기 때문이다.
두 국가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71년 6월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은 돌연 서독과 동독은 다른 민족, 다른 국가라며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 서독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 1973년 북한의 김일성은 하나의 민족국가로서 우리나라에 연방제 통일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당시 서독과 오늘날 한국의 상황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서독의 브란트 총리는 회의론에 빠지기보다 교류협력을 늘려나갔다. 이는 결국 통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언뜻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한다고 해서 통일에 대한 희망마저 져버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더 통일의 청사진을, 포스터를 그려나가야 한다. 다만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통일세대’라며 상장을 주는 대회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붓을 드는 포스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