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 인연의 소중함

2005-06-07     김지희


인연(因緣)이 나를 만든다

‘머무는 곳을 소중하게 알아야 한다. 고을이건 사람이건 바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내가 만난 이 순간의 이 사람이 내 생애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인즉.’ 최명희의 <혼불>이란 소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늘 머리로만 생각하던 ‘인연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금에서야 마음으로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늦은 10시쯤의 국철에서 중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먼 소도시에서 살다 온 탓에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학창시절을 통틀어도 세 명을 넘지 못했었다. 한동안을 무척이나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연락이 끊어졌었기에 가끔씩 문득 떠오르던 친구였고, 반가운 마음에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그 간의 안부를 물어가며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나만큼 표정이 밝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내 핸드폰의 배터리가 없는 상태여서 친구에게만 내 핸드폰 번호를 남겨주고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친구에게선 연락이 오질 않았다. 그때서야 예전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중학교 시절, 그때 어울리던 여러 친구들 사이에서 생겨난 사소한 오해로 우리는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고, 생각 없이 던진 내 말과 내 행동들로 그 친구의 기억 속에 나는 좋지 못한 아이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쉽게 지나가버린 그 친구와의 만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소중한 ‘나의 사람들’에게 가깝다고 하여 함부로 대하는 과오는 저지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겠는가.
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머무는 이 곳, 이 순간의 인연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지희<국어국문·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