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본질적 독서교육 회복 시급하다

2008-10-07     허재영(교양학부) 교육조교수

“독서가 오락화하는 경향은 물론 근대에 와서 증가한다. 저널리즘의 발달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한 것이나 독서의 오락적 요소에 의함은 비교적 클 것이다. 그러나 같은 오락이라 하여도 독서는 비교적 고급에 속한 오락이라 할 것이다.”

이 글은 1933년 『학등』에 발표된 주요한의 ‘오락으로서의 독서’라는 글의 일부이다. 독서 문제가 학문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1908년부터이다. 이 시기 이춘세는 『기호흥학회월보』제11~12호에 ‘독서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 논문에는 독서의 이익, 독서의 쾌락, 독서의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독서법은 오늘날의 독서 교육학에서 말하는 독서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런데 주요한과 같은 ‘고급 오락으로서의 독서관’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제강점기 글읽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언어 문제였다. 일본어나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일반 민중은 그나마 한글도 깨치기 힘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근대식 교육을 받은 식자층의 계몽 방식은, <상록수>의 문맹퇴치운동이 지식인으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 정도로 인식할 수 있었다. 특히 어느새 발달한 문사 의식(문학가로서의 우월의식)은 민중들로 하여금, 소설책 읽기를 선망의 대상이자 고급 취미로 인식하는 경향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독서는 취미나 오락이 아니다. 옛날 선비들의 학문과 수련은 오로지 독서를 통해 이루어졌다. 지식과 정보가 급증하는 시대에 책읽기는 단순히 정서 함양만을 목표로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대학생으로서의 독서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학교 학생들의 책읽기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각 교과목마다 교과서를 몇 권이나 사용하는지 조사해 본 일이 있다. 그 결과 학기 당 수강과목이 7과목이라면, 각 과목마다 평균 1.2권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이는 다른 대학의 사정도 비슷하다). 교과서를 포함하여 교양 서적, 문학 작품 등을 모두 포괄할 때 우리학교 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읽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보통 선진국의 경우 과목 당 5~6권 정도의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지식과 정보 습득량은 그들과 비교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대학생으로서의 독서 계획은 교과서 읽기, 교양 서적 읽기, 문학 작품 읽기 등을 모두 포함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교육은 이러한 문제가 좀더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독서는 지식과 정보 습득의 원천”이라는 본질적인 독서관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달리 말해 독서 교육은 단지 교양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