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신문 연중기획

■ 기획을 시작하며- 1. 문사철과 행복

2009-03-03     박준범 기자

우리는 늘 행복을 위한 고민을 합니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하며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이렇듯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가장 큰 문제로 삼는 행복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늘 행복을 위한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고민의 기준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회가 공유하는 행복의 기준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우리는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최근 몇 년 간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행복의 기준은 먹고 사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더 잘 먹고 잘 사는 고민, 다른 선진국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기 위한 고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가 제시하는 행복의 기준을 따라 대학 4년 동안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학점 관리와 영어 성적 향상, 어학연수 등이 우리가 하는 고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고, 이러한 풍요로운 삶을 위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누구나 하는 대학 4년’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남들이 이루지 못하는 희소가치를 갖는 것이 행복의 대부분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에릭 프롬이 말 한 ‘사회적으로 정형화 된 결점’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행복의 기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점으로 느끼지 못하는 ‘정형화 된 결점’ 말입니다. 비판적 사고, 새로운 기준을 찾아보려는 시도 없이 ‘오인된 자유라는 편안함’ 속에서 전문지식만을 쌓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며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개인이 사회의 분위기와 사회가 요구하는 행복의 잣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태도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다르게 볼 수는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힘, 즉 생각의 문을 여는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평소 ‘2학점짜리 과목’이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교양 강좌나, ‘먹고살기 힘든 전공’이라며 기피하려는 文·史·哲(문·사·철)의 학문이 바로 그런 힘을 갖고 있습니다.

디보이스와 단대신문이 새롭게 마련한 기획 ‘생각의 문을 여는 열쇠, 文·史·哲(부제: 인문학아 부탁해!)’은 이처럼 사회에서 인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기획 코너를 위해 우리 대학의 문과대학과 교양학부 교수님들께서 물질적 성장만을 중요시하는 세태로 인해 점점 사회와 대학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연재해 주실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文·史·哲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연재 글과 연계돼 소개될 것입니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될 이번 인문학 기획으로 문학과 사학, 그리고 철학이 우리가 전공으로 선택한 모든 학문들의 밑바탕임을 실감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행복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