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의 기능과 그 역할의 한계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난 자막 남용

2009-09-23     이은주 기자

요즘 방송을 보면 불필요한 자막이 많다. ‘무한 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같은 인기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들을 보면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은 물론 생각까지 자막으로 보여주곤 한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 같은 경우엔 비속어나 은어도 자막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자막이 가득한 화면, 오용되거나 남발된 자막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본래 ‘자막’(字幕)은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속 대화를 글로 표현한 것을 말하며 보통 외국어로 된 대화의 번역이나 청각 장애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엔 자막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흥미유발 수단으로 이용되며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미녀들의 수다>에서 국어문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인 ‘자빌라's 개’라는 표현이 여지없이 방송을 탔다. 뿐만 아니라 <아찔한 소개팅>에서는 소개팅에 참여한 여자 게스트가 쓸쓸히 웃으며 퇴장하는 장면에서는 ‘썩소’ 라는 비속어가 표현됐다. 그리고 <스타골든벨>에서는 손가인이 G드래곤에게 고백을 받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던 부분이 ‘맞습..네’라고 오용됐다. 이런 자막의 남발은 웃음 유발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 주거나 오해를 하게 만든다.


또 이러한 자막은 연출자의 의도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제작자 중심으로 이끌어 가며 시청자들의 자율적인 시청행위를 방해하고 있다. 이것은 시청자들이 그냥 TV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입장을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자막은 불필요하게 이용되고 있고 단순한 보조적인 수단을 넘어 주요 내용표현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막이 방송언어문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시청자가 보고 생각해야 할 부분까지 침범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점점 자막은 ‘제 2의 진행자’라고 할 만큼 방송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역할과 의미는 변질되고 있다. 방송 제작자들은 이런 자막 사용에 대해 시청자의 기호에 맞춘 것이라 변명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무분별한 자막 사용은 시청률과 흥미성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적정 수준의 자막.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그들의 모습이고, 그들의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