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장이 뛴다 - 애절함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영화
문화人 문화in 25
영화를 보다 운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어느 날, 어머니께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노랫말을 적어 달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직장동료 분들과 노래방엘 갔는데,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어 혼자 박수만 치셨다는 것이다. 울컥, 벌게진 눈시울로 얼른 화장실에 숨었다. 내가 아는 노래는, 대체 몇 곡인가. 나는 몇 시간이고 부를 수 있다. 아찔했다. 어떻게 몰랐을까. 어머니께서는 이제껏 좋아하시는 가요 한 곡 제대로 들어볼 새조차 없이 일만 하고 사셨구나. 일찍이 굳은살이 발굽처럼 박혀있는 어머니 손발을 봤는데, 이럴 수가, 왜 몰랐을까.
그때 기어이 우겨넣었던 눈물이, 죽어가는 엄마를 살려내려 발버둥치는 양아치 아들 휘도(박해일)를 통해 불현듯 돌아와 영화를 보다 쏟아졌다. 휘도는 엄마에게 쌍욕을 서슴지 않는 양아치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게 폐륜을 일삼던 그는 뇌사판정을 받은 엄마를, 그러나 그대로 놓아 보낼 수가 없다. 살려야 한다. 엄마의 심장이 뛰는 한, 절박하게 내달리는 그의 심장도 터질 듯 뛴다.
연희(김윤진)도 마찬가지다. 연희에겐 죽어가는 딸이 있다. 남편을 여의고 세상 전부로 남은 딸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그다. 어떻게든 각자의 소중한 사람을 살려내려는 두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을 지켜보는 관객은 그래서 괴롭다. 대체 누구를 살려야 한단 말인가. 관객들 저마다의 소중한 ‘그 누구’의 모습을 스크린에 덧씌우는 두 배우의 비범한 연기 앞에서 체한 듯 속이 답답하다.
영화의 구조는 단순하다. 소중한 이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진흙탕에서 주고받는 두 사람. ‘스릴러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헌데 긴장도 감동도 농도가 상당하다. 처음부터 패를 다 보여주고도 끝까지 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얼핏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생각난다. 그러나 강조했듯이, 이 영화의 힘은 무엇보다 소중한 저마다의 ‘그’를 돌아보게 하는 데서 나온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심장이 뛰고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에 있다.
시사회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레코드가게에서 ‘김현식 베스트앨범’을 샀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