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탐구 ② 음식

이런 노래, 이런 음식 : 음식 노래 열전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3.29l수정2016.03.29 17:34l140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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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분명 가을일 터인데, 이 봄에 이토록 허기지고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말이다. 하긴, 돌아보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식욕이 떨어졌던 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도 같다. 허나, 먹고 싶다고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찾아 듣는 것이 바로 음식 노래이다. 때로 음식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잠시의 허기를 그 음악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 듣기’는 보통 ‘음식 먹기’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하지만.


음식이 등장하는 대중가요가 의미 있는 것은, 노래로 그 시절의 음식 문화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노래의 역사도 오래되었다. <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이 부른 1926년에 발매된 <김치 깍두기>를 목록에서 확인했으나, 아직까지 음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1930년대 노래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를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938년에 박향림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에는 불고기·떡볶이·오이지·콩나물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1930년대의 떡볶이는 오빠가 여동생은 안 주고 “혼자만 먹”을 정도로, 불고기와 동급의 고급 음식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천착해보니, 그 시절 떡볶이는 빨간 떡볶이가 아니라 깜장 떡볶이였다.


마찬가지로 1938년에 나온 <선술집 풍경>(박영호 작사, 김송규(김해송) 작곡, 김해송 노래)과 <눅거리 음식점>(노다지 작사, 석일송 작곡, 이규남 노래)에서도 진수성찬(?)을 만날 수 있다. 곱창·너비아니·추탕(서울식 추어탕)·선짓국·뼈다귓국·매운탕·장국밥·설렁탕·육개장·비빔밥·빈대떡·개피떡·수수팥떡·인절미·녹두죽·보리죽·콩나물죽·시래기죽…. 두 노래에 나오는 음식만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도 이 정도이다. 아이고, 배부르다!


흥미로운 점은 음식 관련 노래의 경우 대체로 웃긴 노래인 ‘코믹송(comic song)’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일이 웃긴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진지하고 심각한 일이겠으나, 음식 노래가 대체로  코믹송인 것은 음식을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뭘 먹을까’를 생각하는 잠시 동안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래의 대표 격으로는 195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한복남의 <빈대떡 신사>를 들 수 있다. 노래 대부분이 웃음소리로 가득한 이 노래를 어린 시절 재밌다고 뭣 모르고 따라 불렀던 기억도 난다.


그 이후로도 음식 노래는 일종의 코믹송과 절친한 관계를 이어왔다. 빨간 떡볶이와, 떡볶이 집에 DJ가 등장했던 문화적 배경을 보여주는 DJ DOC의 <허리케인 박(신당동 떡볶이)>, 누구나에게 친숙한 ‘김밥’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재치있게 표현한 더 자두(The Jadu)의 <김밥>, 그리고 코믹송을 주로 노래한 노라조의 <환골탈태> 음반에 실린 <카레>와 <고등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날이 더워지면 <팥빙수>(윤종신)와 <냉면>(박명수·제시카·이트라이브)이 당길 것이다. 독특하고도 기발한 가사와 선율로 젊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은 악동뮤지션의 <라면인건가>는 급기야 라면을 먹게 만들고 만다. 퉁퉁 부어버린 얼굴에 후회감이 밀려와도 말이다.


음식을 소래로 한 노래가 코믹송과 자주 연결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지겨워진 아이가 어머니께 맛있는 것을 먹자고 대들면, 가난했던 어머니는 오직 짜장면을 하나 시켜서 아이에게 주고 당신은 짜장면이 싫다”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지오디(god)의 <어머님께>를 들으며 울컥한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화려하든 촌스럽든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의 된장국’이라고 말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과, 한밤중에 발견한 냉장고 속 ‘고등어’를 통해 어머니의 애정을 느끼고 확인하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등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고 보면 음식 노래는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음식 노래가 우리의 배고픔을 실제로 채워줄 수는 없겠으나, 우리의 마음을 온기와 즐거움으로 채워줄 수는 있으리라. 그것이 음식 노래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고, 우리가 음식 노래를 듣는 이유일 것이다. 말하건대 음식 노래를 들으면, 골라 듣는 재미에 더해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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