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 세계문화유산
1. 프랑스 세계문화유산
  • 최호순 교수
  • 승인 2020.09.09 22:14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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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 많다. 풀 한 포기서부터 시작해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 등 그 보호할 대상들을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순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물, 국보, 사적 그리고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해야 할 대상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유네스코 국제본부에서 문화재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대학 시절 동안 유일하게 잘한 게 있다면 홀로 떠난 배낭여행이다. 여러 나라를 무전여행 하면서 각 나라만이 가진 문화, 환경, 의식의 매력에 빠졌고 그에 영향을 받은 전통 건축물을 접하는 게 큰 기쁨이었다. 특히 각국의 세계문화유산을 접하며 그것이 가진 외형적인 측면보다도 그 세계문화유산이 탄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원인과 같은 내면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이런 근본 배경을 알고 세계문화유산을 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각 세계문화유산도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파리 센(Seine)' 강 주변의 '루브르 박물관'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파리 센(Seine)' 강 주변의 '루브르 박물관'

1991년 프랑스 수도 파리(Paris)의 센(Seine)강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은 출입구가 유리 재질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형태가 특징이다. 무작정 박물관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큰 의미 없게 다가올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방문하면 유리로 된 피라미드 입구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1981년 ‘프랑수와 미테랑(Françis Mitterrand)’이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했다.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은 취임 후 바로 루브르 박물관을 개조하는 것을 대통령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는데, 프랑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보물을 제대로 갖춰진 박물관에 전시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파리에 들어설 박물관 건축 프로젝트는 건축가들이 꼭 작업하고 싶은 사업이었다. 마침내 루브르 박물관 설계에 참여할 건축가가 심사를 통해 정해졌는데, 바로 중국계 미국 건축가인 ‘아이 엠 페이(I. M. Pei)’였다. 건축가 아이 엠 페이가 제안한 루브르 박물관 개조 설계안은 기존의 루브르 건축물을 최대한 보존하고, 상징적으로 박물관 입구를 유리 재질의 피라미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 엠 페이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입구를 설계한 이유는 피라미드 형태로 위로 올라갈수록 루브르 박물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유리 재질로 만들어진 입구는 그 자체가 투명해 주변의 문화재와 함께 있어도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 의도에도 불구하고 루브르 박물관을 상징할 중요한 입구의 모양이 피라미드의 형태라는 사실은 프랑스의 모든 사람에게 거부감을 불러왔다. 

파리 한복판에 이집트 문화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설치한다는 것은 프랑스 인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피라미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마침내 피라미드 입구는 1989년에 완공됐다. 그리고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는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로서 매우 성공적으로 박물관 입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강한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한 인물의 영향 때문이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 사랑했던 숨겨둔 애인인 ‘안 피노(Anne Pingeot)’라는 인물이다. 당시 영부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숨겨 높은 애인이 있었다. 안 피노의 직업이 대통령이 강력하게 루브르 박물관 개조사업을 추진하면서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직업은 바로 루브르 박물관장이었다. 프랑수와 미테랑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애인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보물이 전시 공간 부족으로 지하 공간에 쌓여 있는 안타까움과 부유한 계층들만이 문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의 힘은 수많은 루브르 박물관 개조사업 반대 의견을 뛰어넘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했다.

대통령과 숨겨둔 애인과의 관계를 불륜이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두 사람의 사랑은 오늘날의 루브르 박물관을 탄생시켰고 파리는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센 강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파리에 여행을 간다면 아름다운 파리 도심을 거닐다가 우연히 루브르 박물관을 만날 것이다.

최호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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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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