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드니, 조개껍질을 형상화한 화려한 조화
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드니, 조개껍질을 형상화한 화려한 조화
  • 최호순 교수
  • 승인 2020.11.24 20:17
  • 호수 14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 백색 상아 빛 지붕들이 아름답게 대조를 이루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 백색 상아 빛 지붕들이 아름답게 대조를 이루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호주의 시드니는 전 세계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중 하나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드니를 더 유명하게 만든 건축물이 있는데, 바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이다. 프랑스 파리를 생각하면 에펠탑이 떠오르듯이, 어떤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의미하는 도시의 ‘랜드마크(Landmark)’로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 도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50년대 중반 호주 정부는 시드니 도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어울릴만한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기로 하고, 전 세계의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건축공모전을 개최했다. 시드니의 아름다운 항구에 아름다운 오페라 건축물을 설계할 기회는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가들의 꿈이었고 실제로 많은 건축가가 공모전에 참여했다. 드디어 1957년 공모 당선작을 발표한 결과 덴마크 출신의 ‘예른 웃손(Jørn Utzon, 1918∼2008)’ 건축가의 건축 작품이 당선됐다. 당시 예른 웃손은 39세의 젊은 건축가로서 자신의 나라인 덴마크에서 작은 건축물만 설계했던 경험이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였다. 이처럼 건축설계의 경험도 별로 없던 신예 건축가가 전 세계의 지명도 있는 건축가들을 모두 제치고 공모전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제시한 창의적인 건축디자인 때문이었다.

건축가 웃손이 제시한 오페라를 위한 건축물은 우선 외관이 매우 독특했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가 제시한 건축물을 보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의 건축물인데, 그 형태는 시드니 주변의 바닷가와 잘 어울리는 조개껍질을 형상화하는 건축물이었다. 조개껍질을 연상시키는 유연한 곡선의 여러 지붕이 얹혀 있는 건축물은 기존의 건물과는 매우 다른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개껍질의 유선형 모양의 지붕은 실제로 건축물로 완성하기에는 복잡한 건축기술이 동원돼야 했고 그에 따른 많은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실제 건축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예상했던 공사금액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공사비가 증가했고, 이런 공사비 증액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논쟁거리가 됐다.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사는 정치인들의 주요 논쟁의 주제가 됐고, 공사는 중지 및 백지화되려는 순간도 있었으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건축가 예른 웃손은 호주사람들의 비판 대상이 됐다.

결국 예른 웃손은 비판을 견디다 못해 공사가 시작되고 10년이 지난 1966년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호주를 떠나게 됐다. 건축가로서 젊었던 한평생을 매진했던 자신의 자식과 같은 건축 작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시드니를 떠났던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웠을 것이다. 이런 예른 웃손의 비통한 심정은 1973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완공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1966년 호주를 떠난 이후 다시는 호주를 방문하지 않았던 사실이 대변하고 있다.

1973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자신을 설계한 건축가 없이 공식 개막식을 치른다.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직접 시드니에 와서 개막식에 참여할 만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완공된 그 당시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했다. 예른 웃손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개막식에 초청받지도 못했고 엘리자베스 2세가 축하 연설을 할 때도 건축가 예른 웃손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예른 웃손의 건축적 위대함은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해 2003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웃손이 수상했고, 2004년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한 공간을 ‘웃손의 방(Utzon Room)’으로 지정해 건축가에게 예우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2004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웃손의 방’ 개막 명판 행사를 할 때도 예른 웃손은 호주에 오지 않았고, 이후 2008년 그의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도 호주를 방문하지 않았다. 결국 예른 웃손은 자신이 설계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2007년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기쁨을 맛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완성된 건물을 직접 보거나 방문해보지 못한 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다음 해인 2008년도에 생을 마감했다.

최호순 교수
최호순 교수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