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
좋은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5.17 13:28
  • 호수 1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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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뮤지컬과 미디어
▲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극장을 찾아가면 재미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공연장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홍보 문구다. 이곳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별점과 인상적인 문구가 전시된다. 문구를 보면 ‘포복절도(hilarious)’라거나 ‘매혹됐다(fascinated)’와 같은 형용사들이 가장 흔하다. 그 아래엔 이 단어의 출처인 미디어 이름이 적혀있다. 이를 통해 관객 유치를 위한 극장가의 소리 없는 전쟁을 실감할 수 있다.

 

미디어는 홍보 수단만이 아니다. 때때로 중요한 역할도 한다. 예를 들자면,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다. <요셉 어메이징>의 리 미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코니 피셔, <올리버!>의 조디 프랜져 등은 오디션을 거쳐 발굴된 요즘 영국 뮤지컬계의 벼락스타들이다. 매주 이어지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방송된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전 국민의 전화투표가 등장한다. 매스 미디어가 단순히 문화를 알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동참하고 흥행을 조력하거나 독려하는 차원으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이런 신문과 방송은 바라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미디어들은 지나치게 엄숙하고 심지어 고루하다. 적어도 평론가들이 별점을 매기고 가치를 평가하는 행위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최소의 역할이자 기능이다. 줄거리나 공연 일시, 장소만을 알리고 가끔 리뷰를 싣는 것으로 미디어가, 또 신문이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시대착오다. 요즘 그 수준의 정보는 인터넷에 발에 차일 정도로 흔하다.

 

영국의 경우 『더 타임스』나 『가디언』, 『인디펜던트』, 『이브닝 스탠더드』는 물론, 문화정보를 다루는 잡지인 『타임아웃』에서조차 공연 별점은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기 연재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매체의 별점을 홍보에 반영하고, 극장 안팎의 게시물이나 홍보 자료에 활용한다. 결국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유명 명작 뮤지컬들은 이런 환경에서 다듬어지고 숙성된 문화적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리뷰나 별점은 꼭 필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한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창작 뮤지컬의 세계 진출을 꿈꾸는 것은 그저 ‘허황된 꿈’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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