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함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을 향해
앎과 함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을 향해
  • 윤상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22.05.17 13:31
  • 호수 14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실천과 환경


지금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두 가지 중대한 과제가 있다. 하나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기한 ‘기후 위기 특이점’ 문제로,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지구 생태 시스템이 회복탄력성을 잃고 소위 ‘찜통 지구’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제기한 ‘기술적 특이점’ 문제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돼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관련이 있다. 윤리적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이 확장돼 온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면서 인본주의적 관점이 한계에 봉착했음이 드러났다. 존엄성의 범위가 인간을 넘어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과 비인간 생명의 공존이 첫 번째 과제다. 


기술적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인공물을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제1의 기계시대와 제2의 기계시대를 나누는 획기적인 분기점이다. 제1의 기계시대에 육체노동의 대체가 이뤄졌다면 제2의 기계시대에는 정신노동의 대체가 이뤄진다. 인공지능이 ‘진부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될 때 오히려 인간이 ‘진부한 존재’가 될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인간과 생각하는 사물의 공존이 두 번째 과제다. 


이처럼 인간중심주의가 오히려 비인간화와 탈인간화를 낳는 역설 속에서 학교는 위기의 공간인 동시에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학교가 여전히 산업문명의 끄트머리에 있다면 희망은 없다. 그러나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동맹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기술을 배우는 장소가 된다면 희망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론이 ‘체계 지속성 교육’이다. 체계 지속성 교육이란 복잡성을 직간접적으로 논하는 새로운 담론을 응용한 교육모형이며, 학교 교육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들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즉 기존 학교 논의들은 개인과 사회라는 양극단에만 초점을 둠으로써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의 존재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간과해 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수 행위(teaching)’라는 말은 ‘양육하다’, ‘훈련하다’, ‘알기 쉽게 설명하다’, ‘진단하고 평가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체계 지속성 교육의 관점에서 교수 행위는 다음과 같이 확장된다. 학생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촉진하고, 학생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생성시키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참여해 변혁할 수 있는 교수 행위가 그것이다. 가르침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앎과 함과 삶이 일치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틀을 짜는 것이 돼야 한다. 

 

▲ 서울 K 중학교 학생들이 ‘햇빛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과연 이런 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 아니, 이미 이뤄지고 있다. 경남의 B 선생님은 양서류 로드킬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있다. 서울의 K 중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 협력해 ‘햇빛학교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교사들과 시민 활동가들은 순천을 지속이 가능한 마을로 만들기 위해 ‘동천마을 교육과정’를 개발했다. 삶의 현장에 마음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변화의 원인이 되는 사람들. 그들이 우리 교육의 미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