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와 역차별의 기로에 선 유보고용제
우대와 역차별의 기로에 선 유보고용제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5.24 13:29
  • 호수 14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9. 시각장애인 안마 독점권
출처: 에이블뉴스
출처: 에이블뉴스

● [View 1]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A 씨


오늘 아침에도 현 안마사제도를 폐지하라는 메일 수 통을 받았다. 의료법 제82조 1항에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이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유보 직종이다. 그러나 `한국마사지사총연합회'에 따르면 피부미용이나 화장품업으로 등록하고 활동하는 무자격 안마사가 100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보건복지부 통계상 시각장애인은 25만1천620명이고 이 중 40%가 안마업에 종사하고 있다.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이 국가의 보호를 통해 비장애인과 경쟁을 거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다. 지금도 비시각장애인 운영 업소에 밀려 시각장애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법이 폐지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국가에서 자격을 부여하고 안마업을 관리함으로써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자생적으로 본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장애인 복지에 쓰이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봤을 때 현 안마사제도는 폐지할 수 없다.


대한안마사협회 인천지부 소속 B 씨는 “시각장애인이 안마 교육을 받고 국가 공인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시설 또한 열악한 상태”라고 현실을 짚었다. 우리는 불법 안마업소를 적극 단속해 시각장애인의 생계 활동을 보호할 계획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안마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 [View 2] 타이마사지협회 지회장 C 씨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마사지 수요가 증가했다. 해당 법이 만들어졌던 2006년과는 시장 규모부터 달라졌다. 안마 프랜차이즈가 생겨났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 안마사를 고용한 안마 업소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시각장애인만 마사지사로 채용할 수 있기에 합법 업소와 공인 자격 소지자는 극소수다. 건전하게 마사지를 제공함에도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범법자가 돼버렸다. 시각장애인을 제외한 안마사들은 불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법과 현실 간의 괴리는 마사지 업계를 더욱 음지화시켰다. 2018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태국인 불법 체류자 수가 4만4천283명에서 12만2천192명으로 급증했다. 마사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업주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불법 체류자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본질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는 법을 개정해 안마 행위를 양성화하고 비장애인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우리나라의 마사지산업의 현 실태와 현 안마사제도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공문을 보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 역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존할 방법은 찾지 않고 비장애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만 한다면 이는 역차별일 뿐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2006년 안마사 자격을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으로 규정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후 “비시각장애인들의 직업 선택권과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며 세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하지만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16년 동안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가치를 놓고 갈등은 지속돼 왔다.


안마는 현행법상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안마 행위로 금전을 취득하면 무자격 의료 행위로 간주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로선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합법적으로 안마사 자격증을 따고 영업할 방법이 없다. 이에 안마사 문을 비시각장애인에게도 개방하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불법 안마 영업장 단속을 강화하라는 현직 안마사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한쪽의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도록, 양쪽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서현 기자
정서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jsh_31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