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SNS를 디지털 유산으로 봐야할까?
고인의 SNS를 디지털 유산으로 봐야할까?
  • 여지우 기자
  • 승인 2022.09.06 14:19
  • 호수 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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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디지털 유산

 

출처: 머니투데이

● [View 1] 대형 포털 관리자 A씨

미니홈피 서비스를 폐지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지난달 우리 포털의 일부 기능인 사진첩을 부활시켰다. 지속적인 보완 과정을 통해 기능을 늘릴 예정이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도 잠시, 2천 건이 넘는 고인의 글과 사진을 넘겨 달라는 유족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 관련 법령이 없어 해외 IT 기업 사례를 참고해 대형 로펌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회원의 사망 시 회원이 서비스 내에 게시한 게시글의 저작권은 별도의 절차 없이 그 상속인에게 상속된다’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하기로 했다.

디지털 정보의 재산권적 성격과 귀속 주체, 상속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관련 조항을 개설할 때 고인의 계정 정보와 계정 이용권은 인격권과 같이 타인에게 양도, 상속 등으로 이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성격을 가진다고 봤다. 따라서 고인의 디지털 게시글, 정보만 상속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순간 상속인의 재산상의 권리 의무는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이전된다는 우리나라 민법상 상속 규정을 따른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독일 법원이 사망한 15세 아이의 SNS 계정의 접속 권한을 어머니에게 부여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해외 IT 기업들은 사전 동의를 거쳐 지정한 사람에게 디지털 정보 상속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판단에 기여했다.

 

● [View 2] 디지털 장의사 B씨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디지털 정보를 삭제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생긴 직업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이 의뢰하기도, 고인이 죽기 전 의뢰를 남기기도 한다. 얼마 전 사망한 C 씨는 생전 활동하던 SNS의 기록과 휴대전화 메모 등 모든 정보를 유족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삭제할 것을 의뢰했었다. 의뢰 내용대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유족과 다툼이 발생했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SNS는 재산권보다 인격권의 성격이 크다. 비공개 정보 속 저작권이나 재산권이 인정되는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고인이 비공개로 설정해둔 정보라면 프라이버시를 가진다고 봐야 한다. 디지털 정보의 특성상 열람과 복사가 용이하며 비공개 정보에 도달한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로 여겨진다는 점에 비춰 본다면, 비공개 정보에 대해서는 상속성이 부정된다. 

민법상 디지털 유산을 재산권적 성질로 규정하더라도 디지털 유산은 제삼자인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다. 유족이나 피상속인이 사망한 상속인의 디지털 유산 제공을 서비스 제공자에게 청구해야 한다.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선 서비스 제공자 측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검열이 이뤄지고, 유족과 피상속인에게 제공하지 않은 정보를 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죽은 자의 방어권은 지켜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고인의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고인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디지털 정보를 내어주는 것은 부당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기록의 매개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며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현재 IT 기업들은 사망 이후 계정 관리자 설정과 같이 생전에 이용했던 서비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시기에 사망한 사람들의 유산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으로 결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2021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9.9%에 달하고, 만 3세 이상 국민 중 인터넷 이용자는 93%나 된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를 감안했을 때,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 처리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유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논의와 대응 방안 마련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디지털 유산 상속 같은 부차적인 문제는 각 기업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많은 토의와 노력을 통해 디지털 유산의 윤리적 공백을 메워야 할 시점이다.

여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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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peu@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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