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숲길을 품은 모두의 문화공간
역사와 숲길을 품은 모두의 문화공간
  • 박준정 기자
  • 승인 2022.09.27 17:50
  • 호수 1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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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광화문광장이 약 1년 9개월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재구조화 공사를 거쳐 지난달 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은 ‘역사 위를 걷다, 문화 곁에 쉬다’라는 슬로건에 맞게 역사적 의미와 도심 속 휴식처 기능을 모두 살렸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기자는 특히 다양한 문화재를 광장에 공개했다는 소식에 들떴다. 이젠 광장에서 푸른 녹음, 다양한 수경시설과 보존 문화재, 화려한 미디어아트까지 즐길 수 있다. 기자는 오랜 기다림 속 설렘을 안고 새롭게 재탄생한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바라본 넓은 광장의 모습이다.
▲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바라본 넓은 광장의 모습이다.

기자는 새롭게 변한 광장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서울특별시 주관의 무료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약 30분간 이뤄지는 광화문 광장 탐방 프로그램은 시민 해설가의 설명과 함께 광장을 한 바퀴 걸어서 둘러보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기자는 노부부 두 팀과 한 조를 이뤄 광화문역 9번 출구 앞 해치마당에서 경복궁 앞마당까지 움직였다. 

 

해설가와의 동행을 시작하자마자 기자는 기존 광장에 놓였던 서쪽 차로가 울창한 광장 숲으로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 사이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광복 77주년 기념으로 77개의 물줄기가 뿜어나오는 ‘터널 분수’에서는 흠뻑 젖은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겼다. 건너편 ‘사계 정원’에서는 산수유, 산딸나무, 배롱나무 등 조금씩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 아래 노인들이 책을 보며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도로와 광장이 완전히 분리된 ‘도심 속 쉼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 시민들이 광장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시민들이 광장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자가 광장 숲을 가로지르자 조선 건국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까지의 주요 역사를 새긴 ‘역사물길’이 보였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니 조선시대 당시 6개 중앙관청이 세워졌던 육조거리 터가 남아있었다. 광장 공사 중 발굴된 민가 터, 관청 터, 수로 등의 중앙관청 유적은 다시 흙으로 덮었지만, 사헌부(조선시대 감찰 업무를 담당했던 행정기관) 터는 우물, 배수로 등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시간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유적지에서 시민들은 문화재를 쉽게 접하며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 사헌부 터가 시민들에게 공개된 모습이다.
▲ 사헌부 터가 시민들에게 공개된 모습이다.

투어가 끝난 뒤에도 기자는 밤까지 광화문광장에 머물렀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열리는 미디어아트 관람을 위해서였다.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미디어파사드’는 광화문광장 야간 볼거리의 꽃으로서 광장 주변의 KT 광화문 사옥, 세종문화회관 외벽 등지에 매번 공개된다. 밤이 되자, 화려한 불빛의 점등과 함께 다채로운 색채의 영상들이 건물 외벽에 투사됐다. 광장은 야경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머무른 기자는 광장이 사랑하는 이들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낮과 밤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 ‘미디어파사드’가 KT 광화문 사옥의 벽에 투사되고 있다.
▲ ‘미디어파사드’가 KT 광화문 사옥의 벽에 투사되고 있다.

예전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교통섬처럼 고립된 탓에 진정한 광장으로서의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재구조화를 통해 역사적 의미를 되살림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일상 속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바쁜 일상 속 대표적 휴식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선선한 가을의 초입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며 알록달록한 단풍이 피는 광장이 기다려진다. 

박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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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jeo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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