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를 마친 저녁, 잠깐의 여유를 얻고 싶을 때
힘든 하루를 마친 저녁, 잠깐의 여유를 얻고 싶을 때
  • 구예승 기자
  • 승인 2023.03.21 14:40
  • 호수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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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창경궁 야간관람
해가 지고 대온실의 불빛이 유리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다.
해가 지고 대온실의 불빛이 유리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다.

 

식물 피해 예방을 위해 동절기 기간 제한됐던 창경궁 대온실의 야간관람이 봄을 맞아 재개했다. 야간관람은 낮에 관람이 어려운 평일, 바쁜 현대인들의 휴식에 큰 위안이 된다. 기자 또한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다 수업을 마친 후 야간관람을 하기 위해 창경궁으로 향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창경궁에 도착했는데, 퇴근 시간 때문인지 고즈넉한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앞으로는 수많은 차가 시끄럽고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로 가득한 서울 한가운데에 정취 있는 문화유산은 기자의 마음에 신선하게 와닿았다.

 


3월 중순이 다 됐음에도 조금은 추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노을이 지는 초저녁의 창경궁은 산책하기에 제격이었다. 기자가 향한 대온실은 홍화문을 기준으로 창경궁의 가장 오른쪽에 있다. 홍화문에서 대온실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정도 소요된다. 기자는 창경궁의 풍경을 더욱 감상하고 싶어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낮에 본 춘당지의 모습이다.
낮에 본 춘당지의 모습이다.

 

걷다 보니 제법 큰 연못을 볼 수 있었다. 연못의 이름은 ‘춘당지’로 일제 강점기를 거쳐 복원된 곳이다. 춘당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수십 마리의 원앙이 물가에서 놀며 헤엄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어떻게 여기 자리 잡게 됐을까. 창경궁에서 다친 원앙을 돌보고 춘당지에 풀어놓았는데, 그 원앙이 짝을 이루고 번식해 현재 춘당지가 원앙의 터전이 됐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춘당지를 뒤로 하고 몇 걸음 더 걸으니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주인공이 보였다. 바로 창경궁의 ‘대온실(大溫室)’이다. 대온실은 1909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기자는 해 질 녘부터 어두운 저녁이 될 때까지 대온실 앞 나무 의자에 앉아 그 가치를 눈에 담았다. 앉아 있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대온실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러 온 연인, 친구, 가족이 보였다. 해가 지고 야간관람의 묘미가 드러나는 대온실의 불이 켜지니 문 앞으로는 사진 촬영을 위한 줄이 늘어섰다. 기자도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부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대온실 내부의 앵두나무에 꽃이 폈다.
대온실 내부의 앵두나무에 꽃이 폈다.

대온실은 복원되기 전까진 열대지방의 관상식물을 비롯한 희귀한 식물을 전시했으나 현재는 국내 자생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많은 탓인지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지만, 여름이 미리 오기라도 한 듯 그 내부가 푸르고 다채로웠다. 그중에서도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앵두나무였는데, 봄에 가장 유명한 벚꽃보다도 앵두나무의 꽃이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산더미같이 쌓인 할 일들로 인해 마음속 여유가 없었던 기자는 잔잔한 춘당지의 여운과 대온실이 주는 봄날의 샘솟는 기운들로 평온함과 용기를 얻었다.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주변 사람에게 창경궁의 아름다움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쫓기는 일상 속에서 일과를 마친 후 마음 속 여유가 필요하다면, 오늘 저녁 창경궁으로 향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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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e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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