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옛 이름은 파단. 사케의 신은 하타
울진의 옛 이름은 파단. 사케의 신은 하타
  • 명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3 14:26
  • 호수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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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일본의 神문화와 술
▲ 사케의 신을 모신 마츠오타이샤이다.
▲ 사케의 신을 모신 마츠오타이샤이다.

일본에 15년을 거주하며 느낀 것은 일본은 참 독특한 다신교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점이다. 다양한 신이 있는 만큼, 일본식 청주, 사케의 신도 있다. 사케의 신을 모신 사당은 일본에서 오래된 신사 중 하나로 일본의 중요문화재로도 등록돼 있다. 그럼 이 사당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일본의 기록에 따르면 술의 신이 된 이 일족은 한반도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한자로 보면 진씨(秦氏) 일가, 일본 발음으로는 하타씨이다. 일본의 사케 양조장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위패가 있다. 이들은 이 위패에 늘 기도하며, 술을 잘 빚게 해 달라고 한다. 이 위패의 주인공이 바로 하타씨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이 일가는 서기 283년 백제 120현의 사람을 데리고 일본에 왔으며 백제인 궁월군을 선조로 한다고 전해졌다. 확실한 것은 하타씨 일족이 가진 양조 기술이 특별했고, 신에게 바치는 술을 전담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반도 어느 곳 출신인가가 없다. 이것을 알려줄 만한 단서가 하나 발견되는데 바로 울진 죽변항에서 나온 봉평 신라비이다.


1988년 울진 죽변항 근처에서 발견된 봉평 신라비에 울진의 옛 이름이 기록으로 나와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신라 법흥왕의 명을 받은 이사부가 당시 창해삼국이라 불린 예국(강릉), 실직국(삼척), 울진을 신라의 땅으로 복속시킨 곳이다. 이 울진의 옛 지명으로 보이는 내용이 이 비석에 나와 있는데, 바로 파단이다. 일본 발음으로는 하단이나 하타 등이 된다. 이를 보고 일본의 하타씨 일가가 일본에 가서 자신들의 나라 명 파단을 성으로 쓰고 있다는 학설이 나오게 된다.


일본에서는 1988년 봉평리 신라비를 확인하러 하타씨 가문 사람이 울진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결국, 일본 사케의 신은 신라가 복속시킨 파단이란 국가, 울진, 삼척 출신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참고로 파단은 지명이 아니라 관등명이란 학자들의 주장도 있어, 관련된 학계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전, 한반도를 통해 일본 사케의 신이 된 하타씨 일가. 그리고 그것을 1000년이 넘게 지키고 있는 일본. 그들은 왜 그 긴 시간 동안 이것을 지켜왔을까? 본래 술이 가졌던 가치가 특별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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