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보다는 현재를 빛나게 할 고민이 현명
후회보다는 현재를 빛나게 할 고민이 현명
  • 송새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2 17:32
  • 호수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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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심리적 면역 기제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사람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한다. ‘어학연수에 가지 않은 것’, ‘학창 시절 연애 한 번 안 해본 것’, ‘재수를 안 한 것’ 등등. 하지 않은 일은 아쉬움으로 남을 때가 많다. 매 순간 무언가를 ‘안 하는 쪽’으로 결정 내린 건 아닐 텐데, 후회하는 지점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이 확연히 더 많다.


한 연구에서는 거리에서 만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후회하는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기간을 지난 일주일로 한정했을 때는 한 일이 53%, 하지 않은 일이 47%로 저지른 행동에 대한 후회가 약간 더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기간을 삶 전체로 확장하면 한 일이 16%, 하지 않은 일이 84%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비교적 덜 한다는 소리다.


이런 현상은 심리적 면역 기제로 설명할 수 있다. 심리적 면역 기제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면 저지른 일을 정당화시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후회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 기제가 작동해 마음이 편한 쪽으로 생각을 바꿔 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잘못해 큰돈을 잃었다. 당장은 마음이 쓰리고 후회막심하지만 10년 후에는 ‘그때 주식으로 큰돈을 날려봐서 이렇게 투자에 신중해졌지’, ‘그때 주식을 말아먹지 않았으면 지금쯤 더 큰돈을 잃었을 거야’와 같이 오히려 지나간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건 특별히 긍정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야 내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 과거에 매여 후회에 갇히기 보다 끝없는 가능성의 미래를 바라보자
▲ 과거에 매여 후회에 갇히기 보다 끝없는 가능성의 미래를 바라보자

한 일에는 후회를 덜 하는 이유가 실제로 더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이라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그토록 후회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안 해서 아쉬움이 남는 ‘그 일’ 또한 했다고 한들 더 나은 결정이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저질렀기 때문에 합리화했던 일 중에 사실은 안 했다면 더 좋았을 일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현재의 삶에 결핍을 느끼는 건 소모적이다. 그보다는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미래를 바라보고,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를 더 빛나게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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