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아주 좋은 방식의 대화… 사회에도 비평적 담론이 필요해”
“평론은 아주 좋은 방식의 대화… 사회에도 비평적 담론이 필요해”
  • 박단비 기자
  • 승인 2024.05.09 16:48
  • 호수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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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48) 문학평론가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중요
평론은 지성과 감성의 집합체
독자에게 문제 해결 단서 제공해야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인생의 역사』 1부에는 그가 에밀리 디킨슨의 시 두 편을 읽고 쓴 “오직 진실한 것은 고통뿐”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신형철 평론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슬픔과 고통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정확한 말은 진실함과 맞닿아 있다. 비평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헤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확한 비평이 가능하다. 이번 화요일에는 더 정확한 문장으로 진실된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신형철 문학평론가를 만났다.

 

-평론가의 매력은. 왜 평론가를 선택하게 되었나.

“평론은 감성과 지성의 조화이다. 문학 작품을 보면서 감성적인 영역에서 내가 자극과 감동을 받는 것이 있는가 하면 내가 갖고 있는 지적인 역량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려다 보니 평론을 하게 됐다.”

 

-해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정확한 대답은 대화다. 작품은 자기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말을 줄이기도 하고 너무 심각하면 재미없어 하니까 농담을 섞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정확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면 작품을 만든다. 그 안에 내가 나오지 않아도 결국 작품을 통해 내 얘기를 하게 되는 거니까. 그렇기에 작품은 ‘이 사람이 얼마나 공들여서 자기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상에서의 대화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쓴 사람도 평소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한 것이 작품이니까 읽는 사람도 평소보다 더 잘 들어주기 위해서 읽는다. 작품을 읽을 때만큼 내가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정성스럽게 말을 듣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대화고, 아주 좋은 방식의 대화인 것 같다.”

 

-좋은 해석이란.

“해석 때문에 작품이 심오해지면 그게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해석으로 인해 작품이 앙상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해석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신랄하게 까고 틈을 찾아내서 완전히 작품을 쪼그라트려 ‘이 작품은 안 읽어도 되겠구나’ 생각하게 해주는 것도 비평가의 능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글을 봤더니 ‘와 이 작품은 좋은 것 같다’ 혹은 ‘이미 내가 봤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완전히 피상적으로 봤구나, 다시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글이 좋은 글,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만의 관점은 자기 경험에서 오는 걸 텐데 누구나 가진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은 다 고유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의 고유함에서 자기만의 질문을 끌어낼 수 있느냐, 이건 다른 문제 같다. 사람은 다 다르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근데 내 경험에서만 도출되는 나만의 질문이 생겨버린 사람은 그 질문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 사람에게는 그 질문과 관련해서만 세상이 보이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보호받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연애를 하거나 친구를 사귈 때도 이 사람과의 관계가 나를 보호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보호’라는 프레임을 통해서만 사람의 장단점을 볼 것 아닌가. 그런 것처럼 비평이나 해석을 할 때도 자기만의 질문 때문에 그 작품이 나한테는 다르게 보이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자기 질문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에서 평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상대의 말이 가치가 있다는 전제를 품고 그 말을 듣는 것. 이에 더해 신중하게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해가 잘 안돼도 이 작품에는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여러 번 읽는 것. 이것이 비평적인 대화 방식이다. 그런데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대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대화들은 말을 즉각적으로 해석해 버리고 바로 그것에 반응한다. 더불어 상대방의 흠을 잡아 공격하기 위해서 듣는 대화들이 너무 많다. 온라인상의 대화도 그렇고 정치인들끼리의 대화도 그렇다. 그런데 누가 말하면 아주 긍정적인 태도로 천천히 생각하면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방식의 대화가 비평에는 존재하고, 이것이 대화의 한 형식으로써 사회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비평이 대화의 한 형식으로써 사회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신형철 문학평론가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비평이 대화의 한 형식으로써 사회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신형철 문학평론가

-고통이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두렵지만 참여해야 할 세상 그 자체인 것 같다. 고통은 두렵다. 나의 고통도 두렵고 타인의 고통도 두렵고. 그러나 세상에는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가.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두렵지만 참여를 해야 된다. 세상을 살아가듯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고통에 참여를 해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아주 드문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쓴 글을 통해서 누가 조금이라도 힘을 얻고,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찾으면 내가 쓸모없는 짓을 하는 건 아닌 게 되는 거니까 의미가 생긴다.”

 

-슬픔이란 무엇이 필요한 상태인가.

“두 가지가 필요한 상태인 것 같다. 고통은 나한테 슬픔보다 강도가 더 센 거고 100%의 고통은 어떻게 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슬픔은 어떻게 좀 할 수 있는 상태다. 주변에서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하나는 위로고 다른 하나는 돌봄이다. 위로는 인지적 공감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사람이 슬프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이 상태가 정확하게 어떤 상태일까 생각하면서 문학 작품 읽었던 것도 떠올리고, 상상력도 발휘하고, 내 경험도 대입해서 최대한 그 상태를 잘 인지하려고 노력해야만 제대로 위로가 된다. 돌봄은 육체적인 것에 대한 돌봄으로 기술이 필요하다. 돌봄을 훈련받은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돌봄은 전문적인 역량이다. 우리가 누구를 돌본다는 것은 그 기술을 정확하게 익혀서 제공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몸이 불편한 사람을 부축할 때 어디를 잡고 어떻게 들어올려야 되는지 이런 것이 다 기술의 영역이다. 내 마음이 아무리 선해도 잘못 들어 올리면 몸이 부서진다. 그렇기에 슬픈 사람한테는 이 두 가지를 익히고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과 인간 신형철의 차이점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자연인 신형철이 갖췄으면 하는 좋은 부분들이 투사된 존재인 것 같다. 평소에 내가 누구 말을 이렇게 공들여서 듣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말을 신중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품을 읽고 평론을 쓸 때는 그걸 한다. 최대한 가치 있는 생각을 만들어 내려고 애를 쓰고 사람들한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건 나한테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문학평론가 신형철한테 좋은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게 자연인 신형철이다. 평론가 신형철로 살기 때문에 이것이 자연의 신형철을 어느 정도 더 이끌어 가고, 혼내고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터뷰에서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글에는 인식이 생산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은 뒤 새로운 인식을 알게 되고 가져갈 수 있어야 가치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인터뷰 대답도 준비하지만 늘 충분하지는 않죠. 이번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만약 이 인터뷰를 읽고 그에 대해 더 잘 알아보고 싶다면 충분한 인식이 들어 있는 그의 글을 직접 찾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글을 끝까지 읽고 치밀하게 헤아리는 마음일 것이다. 그야 그것이 더 진실한 대화임이 자명할 테니까.

 

딱딱하고 건조하다는 평론의 고정관념 깨

 

출처=신형철 문학평론가
출처=신형철 문학평론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평론은 평론이 딱딱하고 건조하다는 고정관념을 뒤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는 정확하게 떨어지거나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자체가 협소하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게 늘 느끼는 거다. 오히려 그래서 의욕이 생기고 오기도 생기는 것 같다. ‘아 왜 이렇게 표현이 안 되지’, ‘이 단어가 아닌데’ 한참 고민해서 문장을 썼는데 ‘표현이 된 것 같아’, ‘이 단어를 쓰니 더 정확해지네’ 하면서 찾게되는 보람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그가 가장 자주하는 질문은 ‘나는 좋은 아빠인가’이다. 2022년 1월에 태어난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한테 좋은 아빠인가도 중요한데 아내한테 좋은 아빠인가도 중요하다. 보통 아내한테는 좋은 남편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좋은 아빠라는 걸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아내한테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만족과 타인이 느끼는 만족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1976년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박사. 2005년 문학동네로 등단. 2022년 9월부터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박단비 기자 welcomera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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