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오송 참사와 강남역 침수, 최근 극심해진 한국의 자연재해는 천재(天災)일까 인재(人災)일까. 2022년 한 해 동안, 한국은 자연재해로 인해 약 5천9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기상기구의 보고서 「2023 아시아 기후 현황」에 따르면, 아시아의 주요 기후 지표가 급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예측과 재난 대응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기상청과 지역자율방재단을 만나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그들의 사투를 들었다.
산지는 기상 예측 어려워
한국은 중위도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산지가 국토 면적의 70% 이상을 이루고 있다. 중위도 지역은 열이 활발하게 움직임에 따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이상 기후로 인한 계절별 자연재해도 동반한다.
특히 작년 여름 집중호우와 홍수 피해, 겨울 강원지역 폭설과 한파로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재난을 겪고 있다. 산지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지역 간 기후 차이를 일으킨다. 한국의 다우(多雨)지와 소우(少雨)지는 산지를 기준으로 구분돼있다. 70% 이상 국토면적을 차지하는 산지도 기후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작년은 ‘역대급’의 수식어가 가장 들어맞는 한 해였다. 작년 여름철 평균 기온은 27.4도로 역대 한국 여름철 기온 4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22년 온열 질환자의 수는 1천 564명이었으나, 작년은 두 배가량 증가한 2천 818명이었다.
낮이 더운 만큼 밤이 춥기도 했다. 1월과 11월은 일교차가 최대 19.8도, 12월에는 20.6도를 기록하며 1973년 이래 최대 일교차를 갱신했다. 집중호우도 작년 기후 문제 중 하나였다. 방재 대책 기간 동안 강수량은 평년 대비 약 300mm가 증가했고, 남부 지방 장마철 누적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이원일 기상청 대변인은 이러한 ‘역대급’ 기후 보도는 긍정적인 게 아니라고 말했다. 큰 기후변화는 기후 예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재난의 최전선에 선 그들
아침 7시, 출근 혹은 등교 준비를 하고 있으면 거실에 있는 티비에서 일기예보가 나온다. “오늘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올 예정이니 우산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흘러 나오는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목적지로 출발하기 전 대비를 한다. 자연 재해에 대비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다.
기상청은 육상과 해상, 고층의 3차원 입체관측을 통해 기상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수치예보모델 자료를 생산한다. 이후 전국의 예보관들이 참여하는 예보토의를 거쳐 최종 자료를 생산한다.
특히 집중호우나 태풍, 대설처럼 기상재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큰 상황이 예측될 때는 기상항공기, 기상관측선박, 기상관측차량 등을 총동원하여 더욱 촘촘히 자료를 수집해 예보한다.
이 대변인은 “흔히 `기상청'이라고 하면 예·특보 업무만 떠올리지만, 예보 이외에도 관측, 기후, 지진 그리고 기상산업 등 기상청이 수행하는 업무는 다양하다”며 “기상청은 최종 생산된 정확한 기상정보를 언론 및 재난 대비 관련 기관에 제공하여 사전에 재난을 대비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행안부, 산림청 등 18개 기관협의회로 구성된 방재 기상업무 협의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기관별 방재 대책 공유 및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모든 방재의 시작은 기상청의 예·특보로 시작되는 만큼 “산림청, 지자체, 유관 기관 등에게 제공하는 기상자료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지역민보다 지역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없다. `지역 사정은 내 손바닥 안'이라는 말과 함께 자연 재해로부터 내 고향, 내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는 ‘지역 어벤져스’인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의 얘기를 듣고자 사무실을 찾았다.
기자가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최선봉!”이라는 표어였다. 출입문 바로 옆에는 자율방재단이 현장에서 착용하는 초록색 안전모 및 활동복이 선반과 옷걸이에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날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 사무실에서는 라현숙(65) 전국자율방재단 중앙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재난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그는 “방재단이 하는 일에서는 예찰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위험 요소를 발견해서 시·도나 동사무소 등에 위험 요소를 알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며 “예방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표시가 안 난다. 그래서 안전이 계속 후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재난현장에서는 방재단 한 명이 최소 1억의 가치를 가진다”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천재가 인재 안 되려면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재해의 빈도와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자연 재난은 인류가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한 결과로,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 불리기도 한다.
천재가 인재로 확대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정부 부처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 자연재해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기에, 그 누구도 완벽히 대비할 순 없다. 이런 현실 속 타인에 기대 안전을 바라는 건 잘못된 자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비로소 안전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재난 대응 어벤져스가 될 수 있다.
Epilogue
재난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문제점이나 해결책이 아닌 누구의 잘못인지 규명하는 원론적 논의를 반복한다. 우리는 재난의 원인을 분석하고 체계적이고 능동적으로 재난을 대비해야만 한다. 한 사람만의 잘못만을 규정하는 이분법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다음, 또 다음 재난은 반복될 것이다. 올 여름에도 재난은 우리를 습격할 것이다. 우리 모두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황유림·이승민·박단비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