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이 아닐 수도···”-류휘석(문예창작·19졸) 시인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이 아닐 수도···”-류휘석(문예창작·19졸) 시인
  • 김도영 기자
  • 승인 2024.11.12 14:28
  • 호수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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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술자리서도 시집 돌려 읽어
졸업과 동시에 신춘문예 당선 돼
시로 문답하며 아름다운 순간 담아
류시인은 “더 이상 시는 어렵고 난해하지 않다”라며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장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인은 “더 이상 시는 어렵고 난해하지 않다”라며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장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좀 어떠세요. 잘 지내시나요?” 류휘석 시인이 자신의 시 속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2019년 졸업과 동시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류휘석 시인은 시「랜덤 박스」로 등단한 후 2023년 첫 시집『우리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를 출간했다. 그의 학창 시절 꿈이었던 시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단국이 있다. 현재 문단 내에서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시인 류휘석 동문(31)을 만났다.

 

- 우리 대학 문예창작과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 원서를 쓸 당시 우리 대학의 실기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성적보다는 실기에 자신이 있었고 그만큼 실기에 자신 있는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경쟁률도 높은 학교였다. 그런 학교에 입학해 수준 높은 학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었다. 지금은 실기 비중이 어떨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실력 있는 학생들만이 우리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한다.”

 

- 우리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내용이나 활동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입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순문학에만 관심이 많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순문학 외의 수업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만화 등 콘텐츠 관련한 수업이 당시에는 과제도 많아 힘들었지만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순문학 외의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수업들이 없었더라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만 쓴다고 까부는 사람이 됐을 것 같다.”

 

- 스터디나 동아리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학과 내 시 동아리 ‘시누리’에서 회장까지 맡으며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학과 MT인 문학기행을 갔을 때도 동아리 부원끼리 둥글게 모여 술을 먹으며 시집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과 동아리 말고도 1학년 때 ‘학예회’라는 시동인을 만들었다. 마치 광인처럼 시에 몰두한 친구들을 모아 만든 모임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학예회’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소감은.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서울신문 말고도 여러 곳에 투고를 많이 했다.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는 너무 놀라서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드디어 인정받는단 생각에 통화 내용을 녹음할 만큼 기뻤지만, 잘 해낼 수 있을지모르겠단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 문단에 첫걸음을 내디딘 그날은 마냥 즐거워하지만은 못했던 것 같다.”

 

- 첫 시집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데뷔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 뭘 해야 할지, 잘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강박과 불안에 시달려 허비한 시간이많았다. 출판사에서 제안이 오면 책을 내는 줄로만 알았지 스스로 시집을 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다 몇번의 문학 관련 행사에 참여해 동료 시인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시집을 출판하는 과정을 들었고 용기를 얻었다. 그 뒤 문학동네, 민음사 등 소위 메이저 출판사라 불리는 곳들에 투고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문학동네에서 연락이 와 첫 시집을 엮을 수 있었다.”

 

- 첫 시집의 제목을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로 지은 이유는.

“시집의 제목은 보통 시 구절이나 수록된 시 제목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출판사 편집자와 상의 끝에 최종까지 올라온 후보가 여럿 있긴 했는데, 제목으로 하고자 떼어보면 애매한 문장이 많았다. 그래서 시집 제목 짓는 일이 아주 오래 걸렸다. 그런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으레 술이 들어가면 지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그날도 ‘우리 그때 말했던거 있잖아’를 서두로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듣던 친구가 “이거 시집 제목으로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다음날 바로 편집자님과 상의했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렇게 시집 제목이 지어졌다.”

 

- 습작생 시절과 시집을 낸 이후 자신에게 가장 큰 변화는.

“습작생 시절에는 시 한 편에 몇 달을 갈아 넣기도 했다. 퇴고를 병적으로 반복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다 내가 하는 작업을 누군가 좋아해 준다는 걸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알았다. 그때 이후로 내가 쓰는 시에 믿음이 생겼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 AI 기술이 예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논의에 대한 의견은.

“시는 건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짓고 그 안을 꾸미는 일. 이처럼 시는 건축과 꽤 닮아있다. AI가 건물을 지으면건축물은 더욱 단단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훨씬 깔끔할 것이다. 다만 건조대에 널린 실 풀린 수건, 불규칙하게 벽에 붙은스티커 사진, 옷걸이에 오래 걸어둬서 어깨 뿔이 생긴 티셔츠 같은 건 그려내지 못할 거다. 버리지 못한 전 애인의 선물이무엇인지, 바닥에 뒹구는 책 중 어떤 것이 가장 아끼는 책인지 AI는 절대 모른다. 이런 부분이 AI가 예술을 대체할 수 없는이유고 난 그런 것들을 쓰고 있다.”

 

- 시를 잘 읽지 않는 시대에서 시가 인생에 주는 이로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우리는 늘 비슷하게 산다.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것을 먹고 비슷한 사람과 비슷한 하루에 관해 이야기한다. 반복적인일상에서 시는 약간의 이벤트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고개 숙여 스마트폰만 보다가 한강을 지날 때는 모두 고개를 든다. 눈에 들어온 빛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난 그 순간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시는 사람들의 삶에서 그 정도의 역할을 하고 아름다움을 주는 것 같다.”

 

- 요즘 즐겨 읽고 있는 시집과 좋아하는 시집은.

“최근 안희연 시인의『당근밭 걷기』를 읽었다. 안희연 시인은 늘 좋은 시를 보여줘서 항상 믿고 본다. 또 꽤 두꺼워서 못 읽고 있다가 강연 준비로 읽었었던 조시현 시인의『아이들 타임』도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황인찬 시인만의 문체와 사유, 분위기를 좋아해서 한 권의 시집만 추천할 수 있다면『구관조 씻기기』를 추천하고 싶다.”

 

-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가 있다면.

“자신을 해치면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같이 글을 쓰는 친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학교 1학년 때 같이 시를 썼던 친구들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며 힘이 돼 준다. 여러분들도 같이 쓰는 누군가를 옆에 두고 있으면 오래오래 힘이 될 것이다.”

 

- 단대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너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난 눈앞에 놓인 달콤한 과자를 주워 먹다 마녀의 과자 집안에 갇혀버렸지만, 여러분은 갇히지 않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사랑은 지나고 보면 괴롭고 후회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달콤하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도 과자 집안에 갇혀있다면 누군가 여러분을 구해줄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류 시인은 “저는 독자들이 제가 슬퍼했던 부분에서 똑같이 슬플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시는 사람들의 굳어있던 감각을 건드리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 지점이 시를 어렵게 하고 시 읽기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한 번 용기 내어 시를 읽어보자.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는 벽 모퉁이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살아남은장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시는 어렵고 난해하지 않다. “자, 어때요. 슬프죠? 아름답죠? 저도 그래요.”와같은 말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류휘석 시인처럼 약간은 다른 감각으로 일상을 이해해 보자.

 

제공: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는 것”

 

류휘석 시인은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쳐 자신이 쓴 글에 믿음을 갖게 됐다. 신춘문예 당선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후에도 그는 “끝없는 자기 검열은 멈춰지지 않았다”며 설렘보단 두려움과 불안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류휘석 시인처럼 글을 쓰기가 두려운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겨운 사람들에게 이 기사로 작은 용기를 내밀고 싶다. 내가 쓴 글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한다. 내가 먼저 내 글을 믿기 시작해야 다른 사람들도 내 글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지고 대담히 나아갔으면 좋겠다.

 

향후 북토크나 두 번째 시집을 묻는 말에 류휘석 시인은 “감사하게도 두 번째 시집 제안이 있었지만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시집에서 너무 많은 말을 담아냈기에 지친 느낌이 있어 조금은 쉬고 싶다”며 “건강한 생활로 자연스럽게 시를 되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집이 작년에 나와서 북토크는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다”며 계속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1994년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9년《서울신문》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2023년 첫 시집『우리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출간.

 

 

김도영 기자 d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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