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케팅은 ‘매력‘ 선보이기, 스스로 확신을 가져라”-안영수 대표
“공연 마케팅은 ‘매력‘ 선보이기, 스스로 확신을 가져라”-안영수 대표
  • 박가경 기자
  • 승인 2024.11.26 14:32
  • 호수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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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제작비만큼은 넘기겠다는 소신 있어
내 적성 모르겠다면 일단 가서 부딪혀봐라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 전에 경험한 게 다가 아니다
안영수 대표가 인터뷰 장소에서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안영수 대표가 인터뷰 장소에서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재밌는 걸 너네끼리만 봤어?” 최근 숏폼이 활성화되며 새롭게 떠오른 장르가 있다. 뮤지컬과 연극 같은 ‘공연’이다. 한때 공연은 일명 ‘시체 관극’이라 불리는 문화가 고착되며 활기를 잃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데이’를 도입해 관객 참여형 공연을 만든 공연제작사 대표가 있다. <난쟁이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풍월주> 등을 제작한 공연제작사 ‘랑’의 안영수 대표(49)를 만났다. 

 

-공연 홍보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러지 못했고 아쉬움을 안고 살았다. 그러다 포스터 붙이는아르바이트를 하면 공연을 무료로 보여주겠단 제안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포스터를 붙이는 게 사람들에게 이런 공연이 있다고 알리는 게 아닌가. 포스터 붙이는 걸 보고 ‘이거 뭐예요?’ 묻는 사람들을 할인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극장으로 데려온 것이 공연 홍보의 시작이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것만은 지키자’하는 소신이 있다면.

“순수 제작비만큼은 넘기기 위해 노력했다. 옛날에는 선배들이 안 되는 공연은 뭔 짓을 해도 안 된다고 했다. 근데 그런 게 어딨겠냐. 안 되는 공연이라 판단되면 길거리에 좌판을 깔아서라도 매출을 올려야 한다. 출퇴근을 정확히 하자, 청렴결백하게 하자, 같은 소신은 없다. 그냥 마이너스가 날 것 같은 공연을 어떻게든 적자가 나지 않게 만들고 싶다.”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도 운영하고 있는데.

“유튜브 채널은 제작사 대표로서 하는 일이다. 공연을 알릴 수 있는 홍보 방식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하는 중소극장 공연은 홍보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에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방송국을 만든 거다.”

 

-대학로(혜화)란 어떤 존재인가.

“작업장 같기도 하고 놀이터 같기도 하다. 출근할 때 아내가 오늘은 또 얼마나 재밌게 놀고 올 거냐며 농담 삼아 얘기한다. ‘대학로 산책’이란 유튜브 콘텐츠에선 정말 대학로에서 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산책하다 보니 우연히 대학로에서 배우와 스태프도 만나 얘기를 듣게 되더라. 이런 콘텐츠가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에겐 자연스럽게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공연이, 대학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영상 콘텐츠가 계속 남아 있으면 몇 년 뒤에라도 배우가 빵 뜰 수 있지 않겠나. 배우의 발자취를 따라 팬들이 오다 보면 이 영상이 남아 있을 거니까. 이 영상으로 시청자는 그날 오지 못한 대학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나. 그것도 좋은 것 같다.”

 

-사업에서 ‘파트너’란.

“사업적으로 먼저 보자면, 우리 공연의 프로듀서는 ‘신동은’으로 돼 있다. 내 이름은 안 들어간다. 기획하고, 제작하고, 캐스팅을 관리하고, 스태프를 구성하는 등 작품 만드는 모든 과정은 파트너가 한다. 나는 파트너가 준비해 준 작업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파트너와 나는 동전의 앞면 뒷면 같다. 동전은 앞면이나 뒷면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동전으로 값어치가 없어지지 않나. 그게 파트너인 것 같다. 힘들 때 의지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파트너가 체력적으로, 상황적으로 힘들 때 내가 그 자리를 맡을 때도 있다.”

 

-공연에서 ‘마케팅’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최근에 <시카고>의 복화술, <난쟁이들>의 쇼츠, <킹키부츠>의 롤라 등 화제 되는 공연이 많다. 공연에서의 마케팅은 상품을 알리는 일련의 과정이다. 지금의 마케팅은 공연 자체의 매력을 잘 보이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난쟁이들> 같은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쇼츠를 보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재밌는 걸 너네끼리만 봤냐”고 하더라. 지금의 마케팅은 공연 자체를 저명성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자기 적성을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희들은 네 적성을 아직 모른다. 꿈이 있으면 그 꿈 언저리까지라도 가라.’ 예전 전유성이라는 유명 개그맨이 한 얘기다. 그래야 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한 걸 발견하게 되고 내 적성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막연하게 좋아하는 공연쪽으로 들어오니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들이 있더라. 정확히 자기가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실제로 이룬 뒤 어떤 고충이 있을지는 모른다. 쓱 두드려 봐도 상관 없으니 일단 가서 부딪혀 보길 바란다. 기회가 되면 해 보고, 다른 일이 눈에 보이면 또 그걸 해 보면 된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사업을 시작했으면 한 치의 의심 없이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좋겠다. 남들이 무모함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확신일 수 있다. 이번 시즌에 <이블데드>란 좀비물을 하게 됐다. 주변에서 좀비물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얘기해주더라. 하지만 나는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연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또, 유쾌한 좀비들을 만나서 춤추는 게 여름방학 기간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공연장 박스를 채울 500명 정도의 관객을 공연 앞으로 부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식의 확신은 사업을 시작할 때 가지고 있어야 한다.”

 

-향후 공연을 위해 해보고 싶은 새로운 홍보 방법은.

“<난쟁이들>를 작업할 때 보기 드물게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홍보했단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게 재밌는 영상이었나, 이런 생각도 든다. 마케팅도 그 시기에는 괜찮았던 게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 게 되곤 한다. 몇백 년이지나도 빛나는 마케팅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쇼츠 영상이 막 뜨고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마케팅은 될 수 없기에 고민 중이다. 최근엔 <이블데드> 공연을 마케팅하며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찍어 다큐멘터리를 꾸준하게 내봤다. 그 영상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못 하겠다. 하지만, 공연 자체에 애정을 가지는 팬들은 좋아할 것 같다. 이 공연의 인간적인 매력,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매력을 끌어내는 마케팅 작업을 성공시켜 보고 싶다.”

 

-공연예술 혹은 공연 마케팅 업계 종사 희망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공연계에서 일하면 힘들다’ 이런 얘기는 듣지 마라. 공연계가 어떻게 힘드냐. 티켓 금액이 얼만데. 힘든 사람이 진짜 있기도 하지만, 공연 일하면 평생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의 말보다는 일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들어오기 전에 봤던 시장이나 자기가 참여했던 공연으로 보이는 시장이 다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한마디.

“아카이브를 만들어라. 지금 나의 기준에서는 늦지 않았으니 자기가 걸어온 길을 기록하거나 기억할 만한 뭔가를 차곡차곡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시대에 유행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이런 것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영수 대표가 굿즈를 손에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안영수 대표가 굿즈를 손에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공연 업계의 버팀목은 관객, 코로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바야흐로 OTT의 시대다.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경기장을 가지 않아도 우리는 손쉽게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이란 장르만큼은 여전히 현장성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열연을 직접 두 눈으로 담고 싶기에 관객들은 대학로로, 극장으로 모인다. 코로나란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공연 업계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에 관한 질문에 안영수 대표는 “위기는 없었다. 공연 마니아분들이 버텨 주셔서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캐스팅이 갑자기 변경되는 등 위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공연을 많이 쉰 편이 아니다. 꾸준히 찾아주시는 관객 덕분이다”고 말했다. 1975년생. 1995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참여로 T&S 입사. 2005년 오디뮤지컬 컴퍼니 마케팅팀장 입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 마케팅. 2010년 랑 설립. <난쟁이들>, <풍월주>, <시데레우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 제작.

 

 

박가경 기자 nevergg012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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