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클래식에 더 다가갈 때까지 지휘봉 놓지 않을 것”
“대중이 클래식에 더 다가갈 때까지 지휘봉 놓지 않을 것”
  • 김승건 기자
  • 승인 2024.12.03 14:12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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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쥐고 있을 때와 내려놨을 때 반전 필요
발달장애 오케스트라와 프랑스에서 무대 개막해
한정된 분야를 벗어나 다방면으로 노력해보길
오경열 지휘자가 공연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경열 지휘자가 공연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 어느 악기도 쥐지 않고 지휘봉 하나만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휘자’이다. 얼핏 보기엔 그저 허공을 향하는 손짓 같지만 그 손짓 한 번에 수십 개의 악기들의 선율이 조화를 이룬다. 오랫동안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우리 대학 동문 오경열 지휘자(음악교육·86졸)를 만났다.

 

- 지휘자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플루티스트로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 지휘자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당시 지휘자라는 직업 자체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그렇게 홀로 꿈만 품고 있었는데, 오랜 기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다가 ‘세종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창단되면서 본격적으로 지휘 할 기회를 얻었고, 자연스럽게 지휘자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 지휘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리더로서 구성원들을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연습이나 연주를 할 때는 카리스마 있게 단원들을 통솔하는 한편,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는 그들을 가족처럼 여길 줄 아는 통솔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 발달장애인 클래식연주단(비바챔버앙상블)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은.

타 대학 음악교수가 발달장애인 클래식연주단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내게 지휘자를 부탁해 맡게 됐다. 지휘를 하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꼈다. 그들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연주를 보며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나도 같이 뭉클해졌다.

 

- 지휘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때는.

여러 오케스트라들을 이끌었지만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이끌 때 가장 뜻깊다.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게 쉽지는 않다. 각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연습을 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처음엔 의욕이 과해서 비장애인들과 연습할 때와 똑같은 강도로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 그래서 이제는 그들에게 맞는 연습방식을 찾아 진행하고 있다.  

 

- 우리 대학 재학 당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학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었다. 16명 정도의 규모였는데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에서 함께 합주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방학 때는 단원들과 피서지로 놀러가 재밌게 놀기도 했다. 

 

- 20대에게 클래식은 낯선 장르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무래도 지휘자들이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일반 대중들은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중들에게 억지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국악이나 가요 등을 클래식에 접목해보기도 하고, 대중들이 클래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하다 보면 20대들도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하게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오케스트라 내부 유대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느 집단이든 좋은 호흡을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중요하다. 그런 유대감을 조성하기 위해 며칠 동안 합숙을 하기도 하는 등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는지.

발달장애인 아이들로 구성된 연주단(비바챔버앙상블)을 이끌고 프랑스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정확한 공연 시간표를 모르고 프랑스에 도착해 마지막 순서라도 공연을 할 수만 있다면 무척 감사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우리가 맨 첫번째 순서더라. 개막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들과 연주가 끝났을 때 우리를 향한 우렁찬 박수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 국내공연과 해외공연의 차이점은.

우리나라에 비해 대중들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다고 느낀다. 사람이 정말 없어보이는 시골에서 공연을 해도 관객이 꽉 차더라. 사람들의 오케스트라에 대한 열렬한 관심이 신기했다.

 

- 앞으로 지휘자로서의 목표가 있는지.

앞으로 무언가 더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잘 이어나가고 싶다. 또 미래의 음악인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나 역시 플루티스트를 하다가 지휘자의 길에 들어섰던 것처럼 다방면으로 많이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본인의 분야에서 길을 틀어도 보고, 접목시켜보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과 가까이서 살아가고 있다. 백화점이나 TV 광고 등 일상 속에서 수없이 클래식 음악을 접해왔다. 오경열 지휘자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한번은 들어봤지만, 그 노래의 제목이나 작곡가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오늘도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바쁘게 달리고 있다. 

 

 

김승건 기자 wingu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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