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사랑이 실패하는 이유
첫눈에 반한 사랑이 실패하는 이유
  • 박진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2.03 14:10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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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썸머는 정말 나쁜 사람일까
첫눈에 반한 사랑은 높은 확률로 실패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높은 확률로 실패한다.

 

영화 <500일의 썸머(마크 웹 감독, 2009)> 주인공 톰 한센은 자기 인생을 바꿔줄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톰은 처음 출근한 썸머를 보자마자 운명의 반쪽이 나타났다고 직감하며,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톰은 썸머와 데이트를 하고 같이 잠도 자지만 사랑을 믿지 않는 썸머는 진지한 관계는 싫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썸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심지어 얼마 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결혼까지 하고 만다. 썸머는 정말 톰의 마음을 이용해 갖고 논 나쁜 사람이였을까. 

 

첫눈에 반한 사랑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상대방의 외모나 분위기 등 피상적인 모습에만 치중해 성급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단점은 전혀 보지 않고 자기가 바라는 모습, 보고 싶은 단면만 선택적으로 부각해 바라본다.

 

완벽하다고 이상화한 상대방을 향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실망감에 휩싸인다. 사실 상대는 그대로인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상대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며, 지나치게 깎아내린다. 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상대를 자기가 만든 이상의 틀에 맞도록 바꾸고 통제하려 한다. 다툼은 잦아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한 사람이 먼저 결단을 내리면, 결국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을 확신한다는 톰을 믿고 새로운 사랑에 도전한 썸머는 결국 이 전형적인 수순을 반복하고 만다. 사실 톰은 썸머를 그다지 사랑하고 있지 않다. 그는 다만, 연못에 비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키소스처럼 썸머를 사랑한다고 믿으며 설레고 들떠 행복에 도취한 자기 자신을 사랑할 뿐이다. 톰은 썸머가 어떤 사람인지, 꿈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썸머의 행복이나 만족감에는 별로 관심 없다. 운명의 사랑인 썸머는 이미 완벽한 존재이므로 더 관심을 기울이거나 관계에서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피상성 때문에 썸머는 톰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자기가 읽고 있는 책 내용에 관심을 기울인 남편과는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것이 연애는 해봤지만 사랑은 못 해봤다는 썸머가 처음 사랑을 경험하고, 톰과 만날 때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진정한 관심과 존중, 공감과 배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경청’이 없다면 운명적 사랑은 이기적인 집착에 불과할 뿐이다.

 

 

박진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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