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심리 유발·우울감 심화
몸 움직여 긍정적 선순환하고
실현 가능 목표로 연말 보내야
밤 11시, 도시의 불빛은 그칠 줄 모르고 깜박인다. 연말 분위기로 가득 찬 거리엔 웃음소리와 캐럴이 넘쳐흐르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단웅이의 책상 앞에 보이는 건 너저분히 놓인 이력서와 식어버린 컵라면뿐이다. SNS 속에 파티를 즐기는 친구들을 볼 때면 단웅이의 책상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내년 연말은 나도 즐길 수 있을까' 한숨 쉬며 달력을 보니 벌써 얼마 뒤면 2025년이다.
화려한 연말의 분위기와 함께 찾아오는 ‘연말연시 증후군’이 있다.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우울감이 생기는 심리 상태를 두고 미국심리학회(APA)는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는 용어로 규정했다. 홀리데이 블루스를 앓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우울·불안·슬픔·무기력 등의 감정적 어려움과 생체 리듬의 불균형을 겪기도 한다. 매년 찾아오는 화려한 연말은 이들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우리가 연말에 우울해지는 이유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크게 사회적, 계절적 요인이 있다. 연말의 왁자지껄한 사회적 분위기로 생겨나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과 송년회 등의 모임에서 오는 피로감은 대표적인 사회적 요인이다. 2023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1000명을 설문 조사 한 결과, 20대는 ‘연말이 되면 설레는 기분이 든다'에 56.8% 동의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은 연말에 대한 개인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만든다.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계절성 정동장애가 있다. 이는 특정 계절에만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햇빛이 적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우울함이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 들어요”
홀리데이 블루스는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말 특유의 사회적 기대와 성취감 부족은 우울감과 불안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을 느끼기 쉬워진다. 이러한 정서적 불안은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수면 장애, 두통, 소화 불량, 만성 피로와 같은 증상을 초래한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증가로 인해 피로와 질병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임명호(심리치료) 교수는 “우울과 무기력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점점 심해진다면, 주요우울장애로 진행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전문가 상담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는 심리적 박탈감이 확산될 수 있다. 2021년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SNS에서 공유되는 ‘완벽한 연말'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비교 심리를 유발해 우울감과 불안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말에 대한 기대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부담감과 정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윤서린(화학2)씨는 “연말에 주변인들이 여행을 가거나 연말 모임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의 게시물들을 보면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광우(영미인문2)씨는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연말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조금 힘들다”며 미디어가 외로움을 심화한 점에 대해 언급했다.
SNS, 상대적 박탈감 유발
오늘날 미디어와 사회적 기대감이 이상적인 연말 이미지를 조성하면서 현실과의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감정적 불안과 우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긍·부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서찬석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과거에는 끊어졌을 법한 관계들을 계속 잇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는 한편 과시욕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기능이 있다”며 “SNS는 비교 심리를 유발하고, 그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교에는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가 있다. 하향 비교는 자신보다 열등한 상대와 자신을 비교해 만족감을 얻는다. 반면 상향 비교는 자신보다 우월한 상대와 자신을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SNS는 타인의 잘난 순간만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타인의 과시적 게시글을 볼 때면 상향 비교가 이뤄져 우울해질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연말과 연시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기서 갈등이 나타난다. 서 교수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 문화만 있었을 뿐 아니라 가부장적·위계적·권위적 문화였다. 명절은 위계 문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윗세대와 그것에 반대하는 어린 세대가 만나는 시간이다. 연말과 연시 연휴가 붙어 있어 길어진 연휴 기간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갈등을 더 강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홀리데이 블루스는 오늘날에만 느끼는 감정적 어려움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었다. 다만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현대는 SNS를 통해 ‘표출된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가 없을 당시는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디어를 통해 그러한 증상이 가시화됐다.
‘행동활성화 요법’으로 우울함 탈피
그렇다면 행복한 겨울을 나기 위해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타인이나 SNS 속 지인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우울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면 연말 동안 SNS 사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만의 연말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정신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방 안에만 머무르기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수임(상담) 교수는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늘려 기분과 삶의 만족도를 개선하는 ‘행동활성화 요법’이 있다”며 “방 정리하기, 햇볕 쬐며 산책하기, 요리하기 등은 긍정적 선순환을 가져와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 재학생의 연말 우울증 극복 방법도 들어봤다. 정가현(행정1)씨는 “기분 전환을 위해 신나는 캐럴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혼자 있으려 하기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보다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소은·송지혜 기자·손예원 수습기자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