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어둠이 내린 도시, 하루의 끝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어디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가정의 불화로 집을 떠난 아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 청소년 쉼터와 민간단체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손을 내민다. 위기 청소년들이 잠시 몸을 기댈 집이자, 다시 걸어 나갈 희망의 등대.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불빛을 따라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청소년 시설 입소 절차
청소년 지원 시설은 크게 생활 시설과 이용 시설로 나뉘며, 각각의 역할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생활 시설은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일정 기간 거처를 제공하는 곳이다. 머무는 기간에 따라 일시 쉼터(24시간~7일)·단기 쉼터(3개월 이내)·중장기 쉼터(3년 이내)로 나뉜다. 이용 시설은 청소년들이 학업을 지속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 검정고시 준비와 대학 입시 지원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
미성년자의 유사시 의료 지원을 위해 보호자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쉼터는 입소 후 72시간 내 보호자에게 연락한다. 청소년이 쉼터에 오면 입소 상담을 통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고 당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자살·자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생명 존중 서약을 받기도 한다. 상담을 통해 청소년과 라포(rapport)를 형성하면, 청소년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담당자가 배정된다.
청소년 쉼터의 하루
청소년 지원 시설의 하루를 들여다보기 위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이하 평택쉼터)였다. 2층으로 들어서자마자 청소년들이 함께 밥을 먹는 큰 식탁이 눈에 띄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는 계단 사이에는 화장실이 있다. 바로 ‘성 중립 화장실’이다. 평택청소년쉼터 김혜련 관리소장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화장실”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공간에도 남녀 화장실이 있지만 불편을 겪을 청소년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쉼터가 다양한 청소년들을 섬세하게 배려한 공간임을 말해 주는 듯했다.
쉼터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 일단 자립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을 체험하는 직업 프로그램부터 경제 교육, 과일 깎기 등의 생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쉼터에는 기본적인 규율이 있어서 날짜와 담당을 정해 청소년들이 직접 청소한다. 청소년들이 쓰는 수건과 옷도 당번을 정해 직접 빨래하고, 분리 배출도 하며 훗날 청소년들이 자립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봉사 프로그램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다른 곳에 구호 물품을 보내거나 길거리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남을 도울 수도 있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활동이다.
평택쉼터에서 청소년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청소년의 이야기가 있었다. 김 관리소장은 “얼마 전 쉼터의 기금을 모으는 바자회가 있었는데 쉼터에서 생활하다 자립한 청소년이 후원금을 냈다”며 “쉼터의 도움을 받던 청소년이 자립해서 잘 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기억에 남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관리소장은 이런 청소년들을 향해 “불쌍하다는 생각만을 갖지 않기”를 당부했다. 또 “가정 바깥으로 내몰린 원인은 청소년에게 있지 않다”며 `가출청소년'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 평택쉼터 직원들에게 청소년과 함께하는 일상이란 `일'이 아닌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별을 만드는 사람들'
쉼터에 이어 사단법인 `별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별만사)을 찾았다. 쉼터가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가정의 기능을 하는 생활 시설이라면, 별만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의 기능을 하는 이용 시설이다. 심규보 별만사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해 사회에서 배제된 청소년들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설립된 것이 별만사와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라고 말했다.
별만사 실내를 둘러보니 안쪽 가장 넓은 공간에 마치 학교나 학원처럼 스크린과 긴 책상, 의자를 볼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수업을 받는 곳으로, 과목별로 외부 강사나 자원봉사자를 초빙해 강의한다. 심 대표는 “올해도 5명이 대학에 입학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별만사에 처음 들어섰을 때 인사를 나눈 청소년들도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하는 예비 신입생이다. 특히 그중 기자가 꿈이라는 한 청소년이 기자에게 학보사에 대해 물었다. 1년 일찍 입학하게 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청소년에게 대학생활과 학보사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자신만의 꿈을 품고 기자의 말을 경청하는 청소년은 무척 빛나보였다.
별만사에서는 졸업식 경험이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6년째 자체적인 졸업식을 개최하고 있으며 졸업여행도 간다. 별만사 내에는 강의 공간 외에도 독서실처럼 꾸며진 사무실 겸 공부방,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방, 자유롭게 공부하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방이 있었다. 그 옆 복도의 벽은 별만사에서 직접 그린 대구소년원의 담장 벽화 사진으로 가득했다. 담장의 벽 한구석에는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 길은 아직 머니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청소년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하는 별만사의 모토가 담겨 있는 듯했다.
운영의 어려움
청소년 시설은 청소년의 복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곳이지만 시설 운영에는 늘 어려움이 있다. 평택청소년쉼터 김 관리소장은 “적은 인원으로 365일 운영하다 보니 근무 시간도 길고 당직도 있을 수밖에 없어 이직률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식비, 간식비 등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액수보다 훨씬 적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공공 운영비로 들어갈 수 없는 청소년들의 용돈, 교통비 등 추가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려면 후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또한 “열악함을 얘기하기 전에 평택은 남자 청소년쉼터가 없다”며 시설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별만사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재정을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후원을 끊는 후원자들이 더러 있었다. 심 대표는 “청소년들이 대학이나 사회로 나가기 전 사회적 빈곤에 의한 배제를 경험하지 않도록 물질적으로도 채워주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재정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청소년들을 부족함 없이 지원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심 대표는 “사회복지에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있듯이 비영리 단체만의 역할도 있는데, 정부가 사각지대에 있는 비영리 단체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pilogue
누군가에게 ‘가정’이란 거센 파도에도 끄떡없는 커다란 배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배를 갖고 있지는 않다. 본지가 취재한 쉼터는 가정에서 떠밀려 오거나, 혹은 표류하고 있는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단순 보호를 넘어 쉼터는 청소년에게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쉼터와 민간단체를 향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터에 사회가 관심이란 따뜻한 집을 지어줄 때다.
이채은·박가경·손예원 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