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지의 측근이라는 행운 
천호지의 측근이라는 행운 
  • 천수호(문예창작과)교수
  • 승인 2025.03.18 12:36
  • 호수 1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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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참다운 눈은 물이다.” 바슐라르는『물과 꿈』에서 다소 몽상적인 이런 말을 한다. 강의실에서 천호지를 내려다보면 푸른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바슐라르의 그다음 말을 이어본다. “우리의 눈 속에서 꿈꾸는 것은 `물'인 것이다.”


우리 대학의 봄이 아름다운 것은 천호지를 내려다보며 꿈꾸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봄의 천호지 변은 벚꽃이 흐드러져 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단대 호수 걷자고 꼬셔” 이런 노래 가사가 나올 만큼 설레게 한다. “물은 자기 혼자만의 실체의 내면성과 영속성 속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일종의 물질적 수도원”과 같다는 바슐라르의 말에 기대, 가끔 호수 변에 서서 물을 응시하는 학생을 보면 저기가 젊은 영혼의 수도원이 맞구나 수긍하게 된다.


호수 변의 삶을 소박하게 그려낸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대표작 『월든』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월든 호숫가에서 아주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2년간 체험한 그의 문장을 읽으면 자연의 에너지와 인간의 독립 의지를 가슴 가득 안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은 삶,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삶과 환경의 조화가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가.


소로우가 살았던 월든 호수와 천호지를 한번 비교해 본다. 월든 호수는 둘레가 약 3킬로미터이며 천호지는 2.3킬로미터이다. 그러니까 둘레가 1킬로미터 정도도 차이 나지 않아서, 월든 호수는 그 명성에 비하면 아주 작은 호수이다. 소로우가 바라보는 호수도 표정이 풍부한 가장 아름다운 대지의 눈이며, 그 안을 들여다보는 자는 자기 본성을 깊이 헤아릴 수 있다고 한다. 웅장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호수의 깊이와 맑은 물에서 비범함을 느끼고 그 가치를 특별하다고 깨달은 소로우의 글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


우리가 소중한 사색의 자산인 천호지의 측근이라는 것은 큰 행운이다. 몸과 정신의 괴리를 들여다보게도 하면서 우리를 다독거리는 호수가 지척에 있는 것이다.


첫 강의 때 한 학생으로부터 수줍게 전해 받은 엽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쓰여진 말과 마음의 운명이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마음을 다스려도 튀어 오르네요.” 이 학생은 본인 삶의 모습과 쓴 시의 괴리를 괴로워한다고 고백했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작가라면 얼마나 든든한가. 천호지를 오래 들여다본 내 마음을 들킨 것과도 같아서 그녀의 마음을 참 귀하게 쟁여 넣었다.

 

 

천수호(문예창작과)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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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flower 2026-03-10 15:21:17
단대 호수를 걷던 청년입니다.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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