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에 ‘생사’ 오가는 외상센터, 오늘도 죽음과 싸운다
1분 1초에 ‘생사’ 오가는 외상센터, 오늘도 죽음과 싸운다
  • 김준원 편집장
  • 승인 2025.04.08 15:25
  • 호수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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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장성욱 센터장은 전날 오후 8시부터 당직을 섰지만, 인터뷰를 하는 정오가 넘어서도 집에 가지 못 했다. 그의 눈 밑에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피곤한 하루 하루지만 환자들을 살리는 보람으로 장 센터장은 오늘도 버틴다. 사진= 김준원 편집장
장성욱 센터장은 전날 오전 8시부터 당직을 섰지만, 인터뷰를 하는 정오가 넘어서도 집에 가지 못 했다. 그의 눈 밑에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피곤한 하루 하루지만 환자들을 살리는 보람으로 장 센터장은 오늘도 버틴다. 사진= 김준원 편집장

‘삶(生)’ 보단 ‘죽음(死)’의 그림자가 더 강하게 드리우는 곳, 바로 ‘중증외상센터’다.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장은 본지와의 인터뷰 전날 오전 8시부터 당직 근무를 섰지만, 다음 날 정오가 지나도록 집에 가지 못했다. 근무시간은 끝났지만 남은 환자들을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이곳의 의사들은 오늘도 중증외상환자의 생사를 넘나들며 끝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본지는 장 센터장을 만나 우리 대학 병원 외상센터의 현실을 들어봤다.

 

- 먼저 ‘중증외상센터’는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합니다.
“중증외상센터란 말 그대로 ‘중증 외상 상태’, 즉 당장 살지 죽을지 모르는 상태의 환자들이 오는 곳입니다. 응급실과의 차이점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응급실은 일반 질병 환자나 간단한 외상 환자도 진료합니다. 그러나 외상센터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또는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중증’ 상태의 환자들을 주로 받습니다. 더불어 일반 병동은 먼저 진료를 본 뒤 이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는 곳이 다수인 반면, 외상센터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와 치료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곳입니다. 이처럼 1분 1초마다 환자의 생사가 뒤바뀌는 곳이기 때문에, 보다 전문 인력이 배치된 데가 외상센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바쁜 일정을 보내실 것 같은데요. 외상센터 의사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외상센터 의사는 당직 근무가 많습니다. 당직 근무가 있는 날은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우리 센터로 오는 모든 외상 환자들을 우리가 책임지고 진료하지요. 더불어 야간에는 제 진료 과목에 해당하는 입원 환자들을 보기도 합니다. 또한 당직 시간이 끝나도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어제 당직을 섰지만, 인터뷰를 하는 현재(오후 12시 30분)에도 아직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근무시간은 끝났지만, 여전히 어제 입원한 담당 환자들의 진료를 봐야 하고 치료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하루하루가 ‘근무의 연속선상’에 놓인  직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위급상황 대비를 위해 당직 근무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어떠한가요.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회 내외의 당직 근무를 섭니다. 다른 곳에 비하면 당직 근무가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저희의 경우 외과 2명, 흉부외과 1명으로 총 3명을 한 팀으로 묶어 당직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3명씩 당직을 서는 이유는 한 명이 수술방에 들어갔을 때 나머지 인원들이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아무래도 응급환자에 상시 대비해야 하는 게 외상센터인지라 당직 근무가 많은 편입니다.”

 

- 현재 센터 내 인력난은 없는지요.
“저희 센터는 현재 외과 7명, 흉부외과 4명, 신경외과 1명으로 총 12명의 전문의가 있습니다. 게다가 곧 1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충원될 예정입니다. 우리 대학 병원 정도의 규모라면 외상 전담 전문의가 20~23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렇기에 인력난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상대적으로는 아주대병원이나 가천대 길병원 정도를 제외하면 저희보다 어려운 곳들이 즐비합니다. 일례로 충북대 외상센터의 경우, 인력난으로 인해 일주일에 3일만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현황입니다. 다만, 인력 충원에 대한 걱정은 있습니다. 저희 흉부외과의 경우 외상 전담 교수 중 79년생이 막내입니다. 아무도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죠. 젊은 의사들이 외상센터 업무를 꺼리기 때문에 선순환이 어렵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매일 매일이 ‘근무의 연속선상’
한 달에 10회 내외 당직 근무

 

순식간에 바뀌는 삶과 죽음
진료와 치료 동시에 이뤄져야

 

센터 내 12명의 외상 전문의
외상계 ‘어벤져스’로 불리기도
 

- 외상센터에 왔던 환자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요.
“사실 살렸던 환자들보단 그러지 못했던 환자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그럼에도 살렸던 사람 중 떠올려보자면, ‘이 사람이 살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환자들이 살았을 때. 그럴 때가 주로 기억에 남습니다. 일례로 심장이 파열돼 타 외상센터에서 우리 센터까지 헬기로 긴급하게 이송됐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심정지 직전의 환자였기 때문에, ‘에크모’라는 인공심폐기를 달고 급하게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진행했었지요.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서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또 버스에 깔려 간과 폐가 파열되고, 다발성 골절상까지 입었던 환자도 있었는데요. 한 군데만 다친 환자가 아니었다 보니 여러 차례의 대수술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치료였지만, 지금은 걸어 다닐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습니다. 이렇듯 과학적으로 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즉 생사 고비에 놓인 환자들이 살았을 때가 가장 보람찬 순간입니다.”

 

- 현재 우리 대학 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계십니다.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 대학 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교수, 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100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 혼자만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라는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책임감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 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추이는 어떠한가요.
“재작년에는 약 2200~2500명 정도의 환자가 센터로 왔던 반면, 작년에는  135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다만 중환자의 경우 950명에서 750명 정도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중증 환자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총환자가 준 이유는 예전의 경우 조금만 다쳐도 외상센터에 왔던 분들이 이제는 유동적으로 지역 병원에 가시기 때문에 줄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다만, 중증 환자는 119에서 직통으로 저희 센터에 연결하기 때문에 추이에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외상센터 의사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있으신지요.
“제가 느끼는 감정이 사명감이나 책임감인지는 모르겠네요. 외상센터 의사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제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이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가 없으면 당장 환자들을 볼 수 있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살았을 때 환자의 보호자들과 함께 행복해할 수 있는 직업이 과연 몇 개나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단국인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부탁합니다.
“충분히 젊을 때 많은 경험을 쌓고, 그에 맞는 실패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저는 젊은 시절 겪었던 실패들이 다 성공의 자양분이 됐더군요. 겪었던 실패에서 치열하게 원인을 분석해 더 큰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사랑하십시오.”

 

우리 대학 병원 권역외상센터 내부.
우리 대학 병원 권역외상센터 내부.

생사 오가는 ‘죽음의 전장’에서
당연하지만 무거운 책임 다한다

그동안 많은 취재원을 만났지만, ‘외상센터’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인터뷰 전부터 적잖은 긴장감이 몸에 맴돌았다. 장 센터장과 만나기 위해 우리 대학 병원 권역외상센터 입구에 서니, 문 위에 큼지막이 쓰인 ‘TRUMA CENTER’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통상 의료계에서는 ‘TRUMA’를 ‘외상’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죽음을 눈앞에서 경험하는 외상 전문의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장 센터장은 무덤덤하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생사가 오가는 ‘죽음의 전장’에서 환자들을 지키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당연하지만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장 센터장은 자리를 지킨다. 2000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의학사, 200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의학석사, 2021년 충북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

 

 

김준원 편집장 junwon12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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