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의 함정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의 함정
  • 김혜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08 14:17
  • 호수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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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싱 범죄

 

여자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통상적으로 거짓말에 속으면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필자는 형사 법정에서 수천 건의 사건을 변론하는 동안, 거짓말에 속아 피해자가 된 사람들만큼이나 거짓말에 속아 범죄자가 된 피고인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왜 그들은 거짓말에 속았는데도 피해자가 아닌 형사처벌을 받는 피고인이 됐을까?

 

어린 시절 읽은 동화 ‘피노키오’를 기억하는가? 피노키오는 ‘학교도 안 가고, 공부도 안 하고, 매일 놀고먹을 수 있다’는 친구 램프윅의 말에 속아 따라갔다. 실제로 며칠간은 그 말이 현실이었지만, 결국 그는 당나귀로 변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와 같은 거짓말은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조직이 현금 인출책이나 상담책 등 불법적인 일을 수행할 사람을 모집할 때 비슷한 방식을 쓴다. 만약 그들에게 당신이 하게 될 일이 범죄이며 이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될 거란 사실을 정확히 알렸다면, 대부분은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범죄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가지 사실을 숨긴다. 일단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두 번째로 그 일이 범죄이며,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라는 점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만 말한다. 청년들은 그 말에 마음을 뺏기고, ‘한몫 잡자’는 기대를 품은 채 발을 들인다. 특히 고액 알바를 검색하는 이들이 쉽게 표적이 된다. 필자가 변론한 청년들 역시 이런 방식으로 중국까지 건너갔다.

 

초기에는 관광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안심시킨다. 그러나 곧 여권을 뺏고 도망가지 못하게 한 뒤 보이스피싱 상담책으로 일하게 했다. 큰돈을 벌 거라는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고, 실제로는 징역형이라는 처벌만 남았다. 그들이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상부 조직의 몫이었다. 범죄의 그늘 속에서 그들은 고립되고 점점 더 깊은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돈을 가로챈 가해자이자, 동시에 거짓말에 속아 이용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말에 속아 범죄행위를 직접 수행한 이상, 피해자가 아닌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말은 돈이 들지 않는다. 누구나 거짓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판단력을 흐리는 건 술뿐만이 아니다. 거짓된 말도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이성이 흐려지는 바로 그 순간이 범죄에 발을 들이는 위험한 시점이다. 판단력이 흐려진 순간, 우리는 어느새 범죄의 경계선을 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혜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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