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 문화유산 100점 보유
전통 이어가는 박물관과 도서관
항온항습·생물방제·복원처리까지
‘살아있는 역사’ 지키는 우리 대학
안중근 의사의 유묵, 조선 마지막 공주의 당의, 고종의 누비저고리,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 이름만 들어도 신기한 이 유물들은 우리 대학 석주선기념박물관과 우리 대학 도서관에서 숨 쉬고 있다.
중요민속문화유산 지정 유물 100점
기자는 유물을 직접 눈에 담고자 국제관 옆에 있는 박물관을 찾았다. 마침, 지난 5월 23일부터 오는 7월 25일까지 석주선기념박물관 3·4관에서 ‘당의 랩소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기자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압도됐다. 유리 진열장 너머 정갈하게 놓인 당의들이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냈다. 특히 국가민속문화유산 제1호인 덕온공주의 ‘자적당의’는 자주색 바탕에 목숨 수(壽)와 복 복(福)이 금빛으로 수 놓여 있어 유독 눈에 띄었다. 광해군비의 ‘왕비 당의’, 어린이를 위한 ‘색동당의’ 등 복식 유물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조선시대 삶과 정신을 담고 있는 역사의 일부였다. 왕실에서 착용한 여름용 ‘깎은 당한삼’, ‘직금단 당저고리’, ‘장저고리’ 등도 함께 전시돼 우리나라 전통 의복의 고풍스러움을 짙게 풍겼다.
기자의 발걸음을 붙든 유물도 있었다. 2001년 발굴된 조선시대 ‘소년 미라’다. 작고 마른 몸에 감겨 있던 복식은 당시의 삶과 죽음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정응두의 ‘공작 흉배’가 부착된 관복, ‘연화문단 장옷’과 ‘물결무늬 치마’, 이직의 ‘조복’ 등 관료와 왕실, 민간의 복식이 함께 전시된 공간은 잠시 조선시대의 시간 속을 거닐고 온 듯한 기분을 안겨줬다.
박물관에는 현재 4만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으며 이 중 100점은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특히 동양 평화 정신을 담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글씨)은 보물 제569-21호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를 가진 유물이 우리 대학에 있다는 사실은 자부심을 자아냈다.
체계적인 관리로 유물 보호
박물관은 기증과 발굴 조사를 통해 유물을 수집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증’은 가장 중요한 수집 경로로, 무상 기증을 원칙으로 한다. 오호석 박물관 학예사는 “기증자가 유물의 소유권을 명확히 한 후, 학술 가치 평가를 거쳐 박물관 소장 유물로 등록된다”고 말했다.
발굴 조사는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은 전문 기관이 담당하며, 출토 유물은 국가 귀속 또는 학술자료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박물관은 전국 각지에서 약 1500점의 복식 유물을 수집해 왔으며, 시대별 복식의 특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집된 유물은 단순 소장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 과정을 거쳐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박물관은 유물의 전시·보존을 총괄하는 학예연구실과 손상 방지를 위한 복원실을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유물의 특성에 따라 수장고를 구분해 보관된다. 섬유류·목재·지류 등은 약 20도, 상대습도 55% 내외의 환경에서 보존된다.
채정민 박물관 학예사는 “직물·석재·금속재 등 유물의 특성에 따라 수장고를 나누고 있으며, 장마철이나 혹한기처럼 기후 변화가 큰 시기에는 보존 환경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 유물과 수장고 유물은 관리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상설 전시장에 장기 전시되는 유물은 전시 전후로 상태를 점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사한 유물로 교체해 손상을 방지한다. 반면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은 빛을 완전히 차단한 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보존된다. 또한 박물관은 해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년 주기로 생물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복원이 필요한 유물은 재질에 따라 복원 방식이 달라진다. 채 학예사는 “직물 유물은 내부 인력과 장비로 복원하지만, 금속이나 석재는 외부 전문 기관의 협조를 받는다”며 “보존 처리 과정에서는 유물 손상을 최소화하고, 과학적 분석과 검증을 거쳐 이뤄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물관은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에 대해 국가 지원을 받아 보존 처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유물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보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단국의 보물 창고, 고문헌실
우리 대학에 보존하고 있는 고서를 만나보기 위해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이하 퇴계도서관) 6층 고문헌실을 찾았다. 고서 약 1만 9400여 권을 소장한 고문헌실은 출입 전 두 차례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할 만큼 철저한 보안이 이뤄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설지만 인상적인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문헌의 보존을 위해 상시 운영하는 항온항습기와 자동분사 항균제 냄새였다.
고문헌실에는 동양학고서·서민고서·준고서가 종류별로 모여있다. 가장 의미 있는 고서를 보여달라는 기자의 말에 설귀철 퇴계도서관 학술정보지원팀 과장은 우리나라 최초 한글 불교 경전 ‘월인석보’를 보여줬다. ‘월인석보’에는 책 곳곳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우리 대학이 소장한 ‘월인석보’는 비록 장본이지만, 필요시 구성원들의 학술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서민 김항석 기증 자료는 퇴계도서관에만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이에 김항석 고서의 학문적 가치와 희소성이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퇴계도서관의 대표적인 고서는 ▶율곡이이 선생의 ‘격몽요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정인지 등이 편찬한 ‘고려사’ ▶우암 송시열의 문집 ‘송자대전’이 있다.
율곡기념도서관(이하 율곡도서관)에도 5층에 고전자료실이 있다. 이곳에는 고서·고문서 등 1만4581권이 보관돼 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앞쪽에 있는 유리 진열대였다. 이 유리 진열대 안에는 유독 낡아 보이는 책들이 들어 있었다. 이는 현재 국내에 3권 있는 한글 소설 ‘접동새’와 이본이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 ‘인천안목’ 등 22권의 귀중서였다.
양영민 율곡도서관 학술정보운영팀 주임은 고문헌 훼손 방지를 위해 “책벌레나 세균에 의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항균·항충제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전자료실 내에는 햇빛을 막기 위한 암막 블라인드와 산업용 제습기 2대도 고문헌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율곡도서관 고전자료실에서 가장 신기한 작품을 물으니 양 주임은 ‘애종용’을 보여줬다. ‘애종용’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심사 신청을 위해 자료 활용을 요청한 작품이다.
양캠 도서관은 고서 열람에 제한을 두고 있다. 고서를 열람하려면 열람신청서를 작성한 후 담당자와 함께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또한 고문헌 열람 시에는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사진을 찍어야 하며 필요시에는 장갑을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 대학은 소중한 유물·고서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박물관과 양캠 도서관을 찾아 우리 대학의 소중한 보물을 눈에 담는 것은 어떨까. 살아있는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박가경·강민·손예원 기자, 정세욱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