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닝’은 왜 밝은 피부만 즐길까
‘태닝’은 왜 밝은 피부만 즐길까
  • 김희량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9.02 09:00
  • 호수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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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피부색의 모호한 기준을 폭로하다

 

남유럽계 백인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태닝 후 라틴계처럼 스타일링한 전후 모습이다. 출처: rememore
남유럽계 백인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태닝 후 라틴계처럼 스타일링한 전후 모습이다. 출처: rememore

산리오에서 태닝된 키티가 나왔다. 그런데 왜 피부색이 어두운 키티가 아니라 태닝 키티라고 하는가? 본래 키티가 하얗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태닝이라고 하는 순간 기존의 키티색은 인형의 털색이 아니라 ‘피부색’의 의미를 갖게 된다. 키티는 흰 털이 아니라 흰 피부를 가진 인형이 된 것이다. 백인 중심적인 시각이다. 그러고 보니 태닝은 주로 피부색이 밝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백인 셀럽도 피부를 태닝한다. 아리아나 그란데·켄달 제너·킴 카다시안은 옛날엔 피부가 희었는데 요즘엔 ‘적당한’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다. 왜 백인 여성들은 피부톤을 일부러 낮추고자 하는 것일까?

 

태닝이 백인의 미용에서 부상한 배경에는 계급적인 맥락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노동 계급은 실내에서 일했고 오히려 햇빛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릿빛 피부’는 여유롭게 해변에서 태닝할 수 있는 상류층 백인의 전유물이었고 20세기 초반부터 태닝된 피부는 계급과 자본을 드러내는 표지가 됐다. 그리고 상류층을 선망하는 다른 계급 대중들이 태닝을 하며 구릿빛 피부와 태닝이 확산됐다.

 

자외선 노출은 피부에 해롭다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태닝한 피부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이미지로 굳어졌다. 이는 구릿빛 피부 그 자체가 아니라 태닝을 즐겨온 백인 상류층이 갖고 있는 이미지의 영향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이 많고 계급이 높을수록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운동을 포함한 자기관리에 쏟을 충분한 시간이 있다. 태닝의 건강한 이미지는 이들이 가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이 있다. 

 

백인은 태닝을 통해 흑인이나 라틴계 등 다른 인종이 가진 이미지를 이용하고 전유하기도 한다. 메이크업 제품이나 성형 수술 등의 미용을 통해 인종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혼혈처럼 보이게 만드는 백인의 행동을 두고 “블랙피싱(Blackfishing)”이라는 말도 생겼다. 누군가는 일부러 태닝을 하는데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인종은 여전히 차별받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해온 시간을 걸어 왔다. 하지만 그 구분이란 얼마나 모호한가. 피부색이 기준이라기엔 백인은 피부를 태웠고, 어둡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받지 않았다. 차별의 기준은 피부색이 아니었다. 백인이 아님을 나타내는 모든 특징이 차별의 기준이 된다. 우리 한국인 역시 이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때로는 차별을 하고 때로는 차별을 당하며 무의미한 구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특징들은 얼마나 무용한가.

 

 

김희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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