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담수량 연 1450m³에 불과
강릉 저수율 15% 역대 최저
지역마다 '물부족' 양극화
Prologue
지난 8월 23일, 서울과 부산에 이어 속초에서도 초대형 물놀이 축제인 ‘워터밤 속초 2025’가 열렸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시민과 관광객들은 여름의 더위를 잊고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강릉에서는 생활용수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다. 한쪽에선 물이 즐거움의 도구로 소비되고, 다른 쪽에선 절약해야 할 생존 자원이 된다. 기후 위기 시대, 물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즐거움 vs 제한 급수 우려
음악과 물총이 결합한 여름 대표 페스티벌인 ‘워터밤’은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문화적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작년 기준 전국적으로 20만 명 이상이 워터밤에 참여하며 폭발적 인기를 입증했다. 속초 워터밤에도 1만5000여 명의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워터밤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상당량의 물이 사용되는 만큼 물 사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매년 워터밤 주최 측은 구체적인 물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작년 서울랜드에서 열린 ‘워터워즈 페스티벌’에서는 하루 평균 100톤 이상의 물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싸이도 자신의 ‘흠뻑쇼’에서 1회당 약 300톤의 물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 속에서 적지 않은 물 소비는 의문을 남긴다. 서울 워터밤에 참여한 최영은(영상콘텐츠3)씨는 “주변에서는 워터 페스티벌을 환경 문제보다는 단순한 여름 축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천 싸이 흠뻑쇼에 참여한 박영인(퇴계혁신1)씨는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싶었지만, 가뭄 상황에서 물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며 “재활용수를 쓴다 해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속초와 강릉의 대비는 물 불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속초는 과거 여덟 차례 제한 급수를 겪었으나, 2021년 63만 톤 규모의 제2 지하댐이 완공돼 대규모 물 축제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확보했다. 반면 강릉은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대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며 지난 8월 20일부터 제한 급수에 돌입했다.
같은 강원도 동해안임에도 수자원 인프라와 저장량 차이로 물 이용 가능성을 갈라놓는다. 속초에서는 물이 축제의 도구이지만, 강릉에서는 채소를 재배하거나 일상적 생활을 유지하는 생계형 도구가 된다. 이런 지역 간 불균형은 기후 위기 시대에 단순한 ‘물 사용량’ 이상의 문제를 드러낸다. 물이 어떤 곳에서는 여름의 즐거움으로 소비되지만, 다른 곳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자원이 되는 현실이다.
지역 별 불균형 심화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약 1300mm로 세계 평균 1.6배에 이를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편이다. 그러나 강수량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국토의 64%가 산지로 이뤄진 탓에 비가 땅속에 충분히 스며들기도 전에 유속이 빠른 강줄기를 따라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결국 실제로 우리가 실질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1인당 연간 가용 담수량은 국제 기준치(1700m3)보다 낮은 약 1450m3에 불과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이는 곧 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 부족 현상이 지역과 계절에 따라 불균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여름, 전북 군산 지역은 기록적인 폭우로 큰 홍수 피해를 겪었다. 반면 같은 해 겨울, 전남 일부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한쪽에서는 물이 넘쳐 피해를 보고, 다른 쪽에서는 물이 부족해 고통을 겪는 식이다. 이처럼 상황이 지역마다 달라서 전국적으로 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
또한 높은 도심지역 상수도 보급률 또한 물 부족 인식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 깨끗한 물이 쏟아지고, 수돗물 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도시에서는 댐이나 정수장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물이 빨리 빠져나가는 산간지역이나 농업용수가 필요한 지역의 물 부족 소식이 들려와도 개인에게 직접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은 사회 전체가 물 부족 문제에 제대로 대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당장 불편함이 없으니 정책적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고, 시민 개개인도 절약보다는 편리함을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는 강수량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자주 홍수와 가뭄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유된 물 가치관 필요해
물 축제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결을 넘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水)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만, 그 소비가 ‘공공자원’이라는 전제하에 계획되고 실행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강부식(토목환경공) 교수는 “대형 물 축제는 문화적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 소비 문제가 가려져선 안 된다”며 “재이용수 활용과 회수·정화 시스템 도입 같은 기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물은 사적 자산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명선이다. 공공자원으로서의 물을 함께 관리하려는 의식이 부족하면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연구원 ‘2024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꼽은 응답자는 68.2%였다. 그러나 ‘불편하더라도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58.4%를 기록했다. 문제의식은 커졌지만, 행동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 격차를 넘어선 ‘공유된 물 가치관’과 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pilogue
워터밤과 급수 제한은 한 사회 안에 공존하는 자원 불균형의 단면이다. 한쪽에서는 물이 흥미와 소비의 수단으로 쓰이고, 다른 쪽에서는 생존을 위해 제한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앞서 필요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려는 공유된 물 가치관이다.
김민수·강민·황혜진 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