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인턴 구직 활동 위해
지난해 1만7597명 졸업 안 해
휴학·졸업 유예는 ‘필수 코스’
고용 안전망 확충 대책 시급
김려린(통계4) 씨는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21학번인 김 씨는 이수해야 할 학점을 모두 채우고 졸업 요건도 충족했지만, 캠퍼스 안에 머물고 있다. 원래라면 김 씨는 올해 2월에 졸업했어야 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취득과 어학 공부를 병행하며 졸업을 유예했다.
매서운 ‘채용 한파’가 청년들에게 ‘나이 든 대학생’을 만들고 있다. 졸업 직후 곧바로 취업하지 못해 ‘백수’로 불리느니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김 씨는 “주변 선배들과 친구들이 학생 신분 유지를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한다.
지난 8월 1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졸업 유예생은 1만7597명으로, 전년도인 2023년보다 2500명가량 늘었다. 우리 대학에서 ‘학사학위 취득 유예’라고 불리는 이 졸업 유예 제도는 졸업 요건을 채웠더라도 졸업 시기를 미루고 학적을 유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 대학의 학사학위 취득 유예 신청자 수는 2021학년도 1학기 611명에서 2023학년도 1학기에는 380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1학기에는 554명으로 다시 늘어나는 등 뚜렷한 증가세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작년 2학기 기준 학사학위 취득 유예 학생 수는 691명이었으며 이 중 올해 1학기에 재신청한 학생은 330명으로 전체의 47.7%가량이다.
‘공백기 포비아’에 시달리는 취준생
졸업 유예 비율은 단과대별로 차이를 보이며 전공별 취업 환경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학사팀 관계자는 “간호대학은 대부분의 병원에서 2월 졸업 예정자를 우선 선발하기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 유예 비율이 높은 편이다”고 밝혔다. 반면 “음악예술대학·스포츠과학대학처럼 실기 중심 전공의 경우 졸업을 미루지 않고 바로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유예 비율이 낮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의 학사학위 취득 유예는 1학기 단위로 신청할 수 있으며, 최대 4학기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한 번에 2학기 이상 신청할 수 없고 매 학기 종료 후 다시 신청해야 한다. 학사학위 취득 유예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졸업학점과 비교과 과정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다만 졸업학점을 채웠더라도 사회봉사·졸업논문·졸업 인증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신청이 제한된다. 조기졸업 대상자·수료자·졸업 불가자 또한 신청 제외 대상이 된다. 유예자는 수강 신청이 의무가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 학점 이수가 가능하며 수강 신청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록금이 부과된다. 또한 유예 학기에 ▶웹 정보시스템 ▶학과 상담 ▶취업 정보 및 프로그램 ▶특강은 활용할 수 있지만, ▶재수강 ▶휴학 신청 ▶다전공 신청 및 변경 ▶기숙사 신청은 불가능하다.
우리 대학 졸업 유예생은 재학생과 동일하게 모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은 2022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을 시작으로 대학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고교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졸업생 특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졸업생 특화 프로그램은 취업준비도를 고려해 취업 준비 완성반·취업 실전 공략반·취업 집중 관리반 총 3단계로 운영해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도움에도 취업 준비생들은 ‘공백기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졸업을 유예하거나 휴학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인턴에 지원하는 등 이른바 ‘공백기 지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이렇듯 일부 학생들은 유예 대신 휴학을 선택해 취업 준비를 하기도 한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결심한 김재민(문예창작4·휴학)씨는 “4년 동안 학교 수업을 듣기 바빴지, 취업 준비를 한 게 없었다. 진로를 명확히 세우지 않았고 아직 경험도 부족한데 졸업할 수는 없었다”며 “휴학하지 않고 마지막 학기를 다녔다면 졸업 유예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휴학과 졸업 유예는 이제 ‘취준생’들에게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임직원 100명 이상 5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신규채용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업무 경험’이 81.6%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실무 경험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면서 학생들은 학사학위 취득 유예를 택해 인턴이나 대외 활동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올해 1학기 기준 유예 사유로 ‘취업 준비’를 선택한 졸업 유예 학생이 전체의 91%를 차지한다.
기록에 남지 않는 공백기를 택한다 해도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공백기 무게는 지원하는 분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박현규(영상콘텐츠·4)씨는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공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서에 나이와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졸업 후 공백기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도록, 재학 중에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와 기업도 사회초년생이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후 취창업지원처 취창업진로1팀장은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빌드업 프로젝트’,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점프업 프로젝트’를 활용해 재학 기간 중 단계별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졸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1·2학년도 취업 준비가 가능함을 설명했다.
졸업 유예 사회적 비용 발생해
‘대학 졸업 유예의 실태와 정책 과제(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가 졸업 유예를 하지 않고 인력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경제활동을 했을 경우 창출했을 기여분이 2007년에 2068억원, 2013년에는 2514억원이다. 졸업 유예생이 늘어나고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 시기가 늦춰질수록,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는 점을 이 연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대학은 졸업유예금 제도를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동아대는 졸업유예생 591명에게 등록금의 5.5%를 부과해 1억 3970만 원을 징수했으며, 경북대는 8% 수준으로 1억 2671만 원, 부산대는 10%의 비율로 873만 원을 각각 걷었다. 이처럼 타 대학은 졸업유예가 초래하는 재정적·사회적 비용을 완충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대학은 별도의 유예금을 받지 않고 유예자가 수강 신청을 할 경우 신청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부과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회와 대학은 학생들이 졸업 유예라는 선택지 없이도 충분한 진로 탐색과 취업 준비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은 양질의 고용 정보와 실무 경험 기회를 재학 중에 폭넓게 제공하고, 사회는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불안감 없이 구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강민·박가경·신동민 기자 dkdds@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