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하면 호두, 천연기념물 398호
명절이 다가오면 천안 버스터미널에는 호두과자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호두과자는 천안의 손맛을 담은 대표적인 특산물로, 지역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상징이기도 하다. 1934년 처음 만들어진 이 과자는 어떻게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됐을까.
호두과자는 천안시에서 유래된 한국의 전통 간식이다. 1934년 천안 대흥동 천안역 앞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故조귀금·심복순 부부가 호두 모양을 본뜬 과자 속에 호두를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 학화에서는 ‘호도과자’라는 표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원조 브랜드로서의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호도(胡桃)’라는 한자어는 15세기 문헌에 처음 등장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호두’와 어원을 공유한다. 다만 ‘호두’처럼 한자어에서 온 단어라도,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경우에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따라 ‘호두’가 표준어로 정해졌다.
천안이 ‘호두과자의 도시’로 불리게 된 데에는 광덕사에 뿌리내린 우리나라 최초의 호두나무가 큰 역할을 했다. 기자는 호두나무의 실물을 보기 위해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광덕사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문화해설사 정연숙(60대)씨는 “광덕사 앞에 심어진 호두나무는 약 450년 된 것으로, 고려시대 통역관 류청신이 원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묘목이다. 현재 나무는 당시 심은 나무에서 나온 아기 가지를 다시 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해설사에 따르면 류청신이 고향인 천안에 이 묘목을 심으면서 천안이 우리나라 호두의 첫 재배지로 기록됐고 지금은 이 광덕사 호두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돼 있다.
호두과자라 하면 팥과 호두가 들어간 단순한 맛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엔 앙버터·튀김소보루 등 트렌드를 반영한 속 재료가 심심해진 호두과자의 맛을 살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학화호도과자에서 ‘말차 호도과자’를 출시했다. 하루 300개 한정 판매했던 이 호두과자는 가게 오픈 약 2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할 만큼, 온라인 주문 시작 1분 만에 택배 수량이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태규 학화호도과자 팀장은 “말차 호도과자는 단순한 맛의 변주가 아니라, 전통 호도과자가 세계적인 미각 언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시도”라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여운을 음미하게 하는 디저트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호도과자가 세계와 소통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화호도과자는 2000년 12월 28일, 충청남도로부터 ‘전통문화의 집’ 제1호로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한 분야의 대를 이어 지켜온 곳에 주어지는 것이다. “팥앙금 제조와 굽기 방식 같은 핵심 원칙은 그대로 지키되, 시대와 소통하는 해석을 더해 전통을 미래로 잇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지난 6월부터 ‘품질 인증제’를 도입해 호두과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원재료의 국산 사용 여부, 위생 기준 등을 충족한 제조업체에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올해까지 천안박물관 인근에 ‘호두공원’을 조성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은서 기자 maryam@dankoo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