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신뢰이자 친구를 사귀는 일, 인생 걸 가치 있어”-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정치외교·89졸)
“외교는 신뢰이자 친구를 사귀는 일, 인생 걸 가치 있어”-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정치외교·89졸)
  • 오은서 기자
  • 승인 2025.09.02 08:35
  • 호수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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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동료가 외시 1차 합격한데 자극
“외교는 우리나라 생존의 길이라 생각”
주 카타르·알제리 대사 지내며 외교 인생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 1기인 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 그는 “전문가가 되려면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오은서 기자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 1기인 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 그는 “전문가가 되려면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오은서 기자

“외교는 신뢰이고 결국 친구를 사귀는 일입니다.” 김창모(62)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은 이 한마디로 수십 년 외교관 생활을 요약했다.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 1기 출신인 그는 뜻하지 않게 시작한 학문과 외교의 길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쌓아왔다. 한국과 아랍을 잇는 민간외교의 선봉에서 활약한 그를 만나 삶과 진로, 그리고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는 의대를 희망했는데 고3 때 사춘기로 공부를 소홀히 해서 성적이 크게 못 미쳤었다. 집안 형편상 재수는 어렵다고 판단해 사법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우리 대학 법정 계열에 입학했다. 2학년부터는 성적순으로 반이 배정되면서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하게 됐다.”

 

-학부 시절 수업이나 외부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정치외교학과는 신설학과였고, 교수님들은 의욕이 대단했지만 많은 동료 학생들이 과에 대한 애착이나 소속감이 적었다. 대부분이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생각하고 입학했기 때문이다. 나도 한동안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중에 인생을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극예술연구회’ 동아리에 가입했고, 여러 편의 연극 작품에 참여하는 등 공부 외의 활동에 빠져들어 있었다.”

 

-‘극예술연구회’가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됐나.
“입학 후 여러 좌절을 겪으며 인생과 사회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자각이 생겼다. 연극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연극반으로 이끌었다. 여러 편의 공연에 배우나 스태프로 참여하며 다소 비사교적이고 이기적이었던 성격이 조금 더 사회화됐다. 동료들과 함께 작품과 배역을 분석하고 대본을 외우며 연습한 경험은 후에 외교관으로서 외교교섭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외교관을 진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교관의 꿈은 군 복무 기간 중 시작됐다. 동료가 외무고시 1차에 합격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 예로부터 강대국에 둘러싸여 침탈당하고, 특히 한말에는 힘이 없어 국권까지 빼앗긴 한국의 역사를 볼 때, 외교야말로 우리나라가 생존할 길이며 평생을 바쳐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러 외교 국가 가운데, 중동·아랍을 선택한 이유는.
“외교부 입부 당시 교수님들 조언을 토대로 안보·환경·지역 업무 등으로 진로 방향을 대략 설정했다. 젊은 시절에는 안보, 환경 등 다자업무에 집중하다가 커리어 중·후반에는 중동과 아랍 지역에 파견되면서 이 지역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아랍어나 중동학 전공자가 아닌데, 현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언어는 문화의 일부다. 아랍어를 구사하면 아랍인의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통역 기술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아랍 지역 공관장으로 보임되는 데 언어가 중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외교부에는 아랍어 능통자가 많지 않다. 카타르에 공관장으로 부임하면서 아랍어를 배웠지만 아직도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할 줄 안다.”

 

-알제리와 카타르에서 대사로서의 근무 경험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카타르 근무 당시 우리 조선사들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증산 계획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LNG 운반선 100척 이상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룬 일, 우리 기업이 완공한 랜드 마크 건물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공사대금 미수금 회수를 도와준 일 등이 기억에 남아있다.”


-외교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외교관에게 신뢰는 곧 전부다. 외교는 결국 인간관계이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은 금물이다. 정부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보안을 요하는 상황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는 솔직한 대응이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 또한 중요한 역량이다.”

 

-‘한국-아랍 소사이어티(KAS)’는 어떤 단체인지.
“한국-아랍소사이어티는 2008년 우리 정부와 기업, 아랍 국가들이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양 지역 간 정치·경제·문학·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활동으로는 ▶양국 공연단 방한·순회 공연 ▶아랍 영화 상영 행사 ▶한-중동협력 포럼 개최 ▶스타트업 발굴 지원 등이 있다.”

 

-양국을 잇는 사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한류 열풍으로 아랍에서도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작년 민속공연단과 비보이 팀을 인솔해 알제리와 이집트에서 공연했을 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아랍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작년 튀니지 민속공연단이 살람 서울 페스티벌에서 아랍 전통무용을 선보였을 때 우리 관객들도 큰 호응을 보인 것이 뜻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매년 아랍 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는데 아랍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관객이 점점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금껏 진행해 온 사업 중 청년 세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행사는.
“아랍 관련 퀴즈대회인 “퀴즈 온 아랍”,아랍어 글짓기·말하기 대회, 한-아랍 서포터즈 사업 등이 있다. 특히 서포터즈 사업은 양 지역 청년들이 협업해 서로의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홍보하면서 상호 이해를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아랍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아랍을 비교할 때 흥미롭게 볼 만한 점은.
“아랍인들은 대부분 이슬람교 신자이므로 생활 전반에 종교가 깊이 스며 있다. 하루 다섯 번 기도하고 라마단 기간에 금식하며, 할랄 음식만 먹는 등의 관습을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가정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점 등 우리와의 정서적 공통점도 많다. 조선시대 사대부 아녀자가 썼던 쓰개치마가 아랍 여성의 아바야나 부르카와 유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래서 아랍 사람들이 특히 우리 사극을 좋아하지 않나 싶다.”

 

-최근 한국-아랍 관계의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무엇인가.
“파트너쉽이 아닌가 한다. 양측은 ▶AI ▶그린수소 ▶스마트 팜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 아랍의 자본과 인적자원이 결합하면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아랍 국가들도 석유·가스 의존을 줄이고 자국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한 마디.
“요즘 젊은 세대는 열등의식이 없고 뭐든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장점이다. 다만 주어진 세상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을 키우길 바란다. 치열한 노력에는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 사회와 국가, 민족대학 단국대의 명예,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파이팅하길 바란다.”

 

김 사무총장은 “전문가가 되려면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팔정율(二八定率)을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20% 정도 노력으로 목표의 80%를 이루고 그 정도에 만족하지만 남은 20%를 채우려면 지금까지의 네 배, 즉 80%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 김창모 사무총장이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그의 말처럼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결국 우리를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이끈 김창모 동문.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이끈 김창모 동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경쟁력, 노력하는 자에게 꿈은 이루어진다

 
김창모 동문은 외교관 커리어에서 은퇴한 뒤 외교부의 임명을 받아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는 외교 또한 인간관계의 연속이며, 외교부도 하나의 세계인 만큼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열심히 활동하면 실제 실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꿈꿨던 것도, 외교부에 입부한 후 중동 지역을 희망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처럼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길이 찾아오곤 한다. ‘사무총장’이라는 직함 이후에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묻자, 그는 “현재 국립외교원에서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우리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으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89년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1.5. 외무부 공무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첫 해외 파견지로 1998.6. 파키스탄에서 2등서기관을 지냈다. 이후 2009.1. 주유엔참사관, 2011.12. 주아프가니스탄공사참사관으로 근무, 2016.2. 국방대학교 (안보과정)에 파견되어 안보 분야 전문성을 심화, 2017.4. 행정안전부 국제행정협력관으로 활동.  2018.4. 주카타르대사, 2021.5. 주알제리대사를 지내며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오은서 기자 marya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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