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 어머니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ucky’를 들려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노래에 푹 빠져 매일 틀어 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는 무언가에 빠지면 끝까지 파고들어 좋아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스무 살이 된 지금도 그 성향은 그대로여서, 무언가에 푹 빠졌다가 관심이 식으면 또 다른 것에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가수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되기도 하며 책이나 특정 장르의 음악, 혹은 한 구절의 문장이 되기도 합니다. 2021년부터는 이렇게 소중한 애정의 대상을 평생 기억하고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으르고 목표 의식이 뚜렷하지 않던 저는 이렇게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사소하고 허무하며 생산적이지 않은 사랑조차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하는 순간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노래나 작품, 특별히 애정하는 것이 없다고 말할 때면 조금 아쉽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애정이라는 버팀목이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흔히 결혼이나 연애 등 눈앞의 관계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종류의 사랑도 있다고 믿습니다.
꼭 가치 있고 이득이 되는 일에만 시간과 애정을 쏟으라는 법이 있을까요? 우리는 삶에서 효율과 가치를 늘 계산하지만 애정만큼은 그런 기준에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허무한 것에도 기꺼이 마음을 기울이고 다른 길로 새기도 하며, 먼 길을 돌아 자신에게 맞는 애정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