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독일어권에서 시인 데뷔
한국인 최초 독일어권에서 시인 데뷔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5.09.16 09:15
  • 호수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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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 페, 데뷔 시집 출간
‘작별’ 주제의 시 34편 수록
 독일어 시 특징 ‘반복과 리듬’ 

 

한나 페가 아랍 철학자 ‘이븐 시나’의 책을 읽고 있다. 그는 예술을 할 때 지나치게 상처받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 최초로 독일어권에서 시인으로 데뷔한 단국 동문이 있다. 2016년 단국대에 입학해 독일어문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복수전공한 ‘한나 페’다. 2021년 우리 대학을 졸업한 한나 페는 최근 독일어 시집 ‘작별이여, 안녕(Servus, Abschied)’을 발간했다.

 

한나 페는 본명이 아닌 필명이다. 그는 독일 유학생들과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기 쉽게 하고 독일계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독일어권 스위스식 필명을 택했다.

 

오스트리아 ‘부허(BUCHER)’ 출판사가 낸 이 시집은 지난 5월 19일 세상에 나왔으며 34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작별’이라는 주제를 변주한다. 1부는 만남, 2부는 고통, 3부는 죽음, 4부는 구원을 담아내며 삶과 이별의 서사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한나 페는 우리 대학 1학년 때 한국어로 시를 썼지만, 문예창작과 친구에게 ‘한국 현대시의 기조가 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당시 그는 “자유롭게 언어유희를 펼칠 수 있는 독일어로 시를 쓰고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라틴·그리스·아랍어까지 공부하며 언어적 기반을 넓혔고 결국 독일어 시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선보였다.
그는 첫 투고 당시 여러 독일어권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경험을 언급했다. 실험적인 문학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인과 신인이라는 이유로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거절의 경험이 오히려 지금의 시집을 탄생시킨 발판이 됐다”고 전했다.

 

한나 페는 독일어 시의 특징에 대해 “어휘와 형태 변화가 자연스러운 반복을 만들어 내 운율이 복잡하게 얽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ervus, Abschied(세어부스, 압쉬트)’는 반복과 리듬이 긴밀히 얽혀 독특한 울림을 전한다. 또한 오스트리아가 외국 시인에게 개방적인 문학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도 출간 배경이 됐다.
이어 한나 페는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에 대해 마지막에 실린 시를 꼽았다. 그는 “소중했던 사람을 생각하며 쓰게 된 시로 시집 전체의 흐름 속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34편 중 맨 마지막에 배치한 것도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나 페 동문은 “대학 시절 정원석(독일) 교수와 교류하며 괴테 연구와 문학비평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눈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고 밝혔다. 현재는 울리아나 볼프, 오스발트 에거 등 현역 독일 시집을 읽으며 시문학의 흐름을 탐구하고 있다. 그는 첫 시집 발간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독일어권에서 꾸준히 시를 써 내려갈 예정이다.

 

 

김도연 기자 lveoyeon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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