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경계, 어디까지 ‘한국다움’일까
K-컬처 경계, 어디까지 ‘한국다움’일까
  • 김민수·강민 기자
  • 승인 2025.10.14 09:40
  • 호수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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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Golden’ 빌보드 차트 1위 기록
2023년 걸그룹 영어 가사 41%, 2018년 대비 19%p 늘어
“생산자 중심 콘텐츠에서 한국의 정서·이야기 중심으로”

이달 9일 한글날을 맞았다. K-컬처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지금, 우리는 그 열광의 한가운데서 ‘한국다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K-컬처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한국 자본으로, 한국인이 만든 작품’이 곧 한국 콘텐츠였다. 그러나 글로벌 팬덤과 자본이 결합한 오늘날, ‘한국 콘텐츠’의 정의는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누적 시청 수 3억 회, 넷플릭스 모든 작품 통합 조회수 1위를 돌파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넷플릭스와 소니픽처스가 공동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인 메기 강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K-POP을 중심 주제로 삼아 한국의 도시 풍경과 문화적 감성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특히 OST로 삽입된 곡 ‘Golden’은 빌보드 메인 차트 ‘Hot 100’에서 애니메이션 OST 역사상 최장 기록인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외국 자본에 의해, 외국인 제작자가 만들어 낸 작품이지만 기획의 출발점이 ‘한국 문화’라는 점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은 케데헌을 K-컬처의 새로운 확장형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본 황예나(행정3)씨는 “한국의 도시 야경과 아이돌 문화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점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도 한국적 감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 음악 속 영어 비중이 늘고 글로벌 팬들이 콘텐츠를 재창조하면서 K-컬처가 변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문화는 시대와 함께 변하지만 그 속에 한국적 감성이 남아 있다면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KPOP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순위 9주 연속 1위를 돌파했다. 다국적 제작진이 제작한 한국 콘텐츠라는 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KPOP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글로벌 주간 순위 9주 연속 1위를 돌파했다. 다국적 제작진이 제작한 한국 콘텐츠라는 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K-컬처, 국가 브랜드 강화 수단 시절도

이제 K-컬처는 ‘한국이 만든 콘텐츠’라는 틀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거대한 문화 순환망이 됐다. SNS 숏폼에서 팬들이 한국 아이돌의 춤을 따라 하거나, 드라마 속 장면을 밈(meme)으로 재가공하는 행위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밈’이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유행 이미지나 말·영상 등을 뜻하는 문화적 코드다. 이용자들이 K-드라마 속 장면 등을 변형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는 참여형 문화 현상을 말한다.

 

한때 K-컬처는 ‘국가 브랜드 강화 수단’으로도 기능했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 ‘H.O.T.’ 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대표되는 1세대 한류는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한국 대중문화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알렸다. 2000년대 초에는 ‘동방신기’, ‘겨울연가’, ‘대장금’이 일본과 중동 등으로 퍼지면서 한류는 아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2010년대 들어서는 ‘강남스타일’, ‘BTS’, ‘블랙핑크’의 세계적 성공으로 한류는 북미와 유럽을 아우르는 ‘대륙 간 한류’로 성장했다. BTS가 유엔 연설에 나서고,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며 한국은 창의성과 다양성의 나라로 각인됐다. 이후 글로벌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 세계 팬과 로컬 창작자들이 함께 한류를 재해석하고 재생산하는 상호 순환적인 문화가 생겨났다. 예컨대 해외 팬들이 K-POP 안무를 리믹스하거나, ‘케데헌’과 같이 해외에서 한국 문화와 외국 자본을 결합한 공동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현상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변화는 아이돌 산업에서도 뚜렷하다. JYP의 일본 현지 그룹 ‘니쥬’,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 등은 외국인 멤버·제작진 중심으로 운영되며 한국인 참여는 제한적이다. K-POP 내 영어 가사 비중 또한 높아졌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디지털 차트 TOP400에 오른 걸그룹 노래 중 영어 가사 비율은 41.3%로 2018년 상반기 대비18.9%p 증가했다.

 

K-컬처, 멈추지 않는 진화의 길 가야

이제 K-콘텐츠는 해외 팬층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넓히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팬층을 고려해 영어 버전 곡을 추가로 발매하거나 해외 콘서트 참여를 통해 직접 해외 팬층에 다가가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적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어 가사와 외국인 중심 제작이 늘어나면서 팬들의 몰입 경험과 한국 문화 체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정한(국어국문) 교수는 “영어 사용 확대와 글로벌화 현상은 위험보다는 변화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약화되지 않으려면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한국어를 내부 언어로 두지 않고, 외국인 학습자와 팬들을 위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언어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획일적인 K-POP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 방언이나 고유어를 활용한 언어 실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한솔(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 역시 “케데헌의 OST ‘Golden’ 커버나 K-드라마 밈 공유처럼, 팬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재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K-컬처의 특징”이라며 “K-컬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역동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대중문화의 주요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팬덤의 상호작용과 참여를 통해 재생산되는 역동적인 구조에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라는 기준은 무의미해졌다. 임 교수는 “이제 K-컬처는 단순히 ‘한국인이 만든 것인가?’라는 생산자 중심의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콘텐츠 안에 어떤 한국의 정서나 가치, 이야기와 상징이 담겨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함께 써 내려가는 문화의 서사 속에서 K-컬처는 한국의 정체성을 품은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김민수·강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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