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선에 울리는 근대의 선율, 민족 정서 따라가는 여정
석주선에 울리는 근대의 선율, 민족 정서 따라가는 여정
  • 신동민 기자, 박성준 수습기자
  • 승인 2025.11.11 09:35
  • 호수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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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함성’ 생생한 외침
‘한국 가곡을 들으셔’ 12월까지
광복 80주년 맞이 특별전시

석주선기념박물관 제2전시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지직’ 하는 잡음과 함께 오래된 선율이 공간을 채운다. 1930년대에 제작된 유성기 위에서 100년 가까운 세월을 지닌 레코드(SP판)가 돌아가며 내는 소리다. 당시 사람들의 손끝을 거쳐 수백 번 재생됐을 음반에서 흐르는 음악은 세월의 깊이와 함께 아련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위로와 희망’의 정서를 담아낸 한국 가곡을 조명하는 특별전 ‘한국 가곡을 들으셔’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가곡을 들으셔’라는 독특한 전시명은 1926년 순종이 환후 중 축음기로 ‘조선소리판’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매일신보 기사의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는 당시 음악이 민족의 위로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도와 용인특례시의 지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9월 26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고 관람료는 무료다.

 

이 전시는 한국 가곡과 동요가 지닌 역사·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가곡’은 1920년대 시에 곡을 붙이며 형성된 새로운 음악 장르다. 당시에는 한국 가곡이 성악 가곡뿐 아니라 동요·신민요·대중가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는 일제강점기 역사 속에서 민족적 감성과 시대적 정서를 담아내는 매체로 기능했다.

 

동요 ‘반달’의 작곡가 윤극영이 직접 쓴 노랫말이 전시되어 있다.
동요 ‘반달’의 작곡가 윤극영이 직접 쓴 노랫말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공간에는 한국 근대음악 형성에 기여한 인물들의 유물이 놓였다. ‘봉선화’, ‘고향의 봄’ 등을 작곡한 홍난파가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1930년대 유성기는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 옆에는 국가 등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홍난파의 동요 동판이 시선을 끈다. 

 

역사적 아픔을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됐다.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반달’을 작곡한 윤극영의 친필 노랫말도 함께 공개돼 동요가 곧 민족의 노래였던 시대를 환기한다. 1908년 순종과 신료들이 태평성세를 기원하며 쓴 시를 묶은 ‘순종어필 옥류천상화첩’은 나라를 잃기 직전 마지막 희망을 담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 금서로 지정됐던 사공수의 ‘한양가’ 필사본(율곡기념도서관 소장)도 눈에 띄었다. 격변하는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기록해 노래와 글이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음악과 문학이 저항과 희망의 도구로 기능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의 핵심 공간인 '청음 공간'에서 헤드폰을 착용하고 당시 녹음된  SP판 음원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핵심 공간인 '청음 공간'에서 헤드폰을 착용하고 당시 녹음된 SP판 음원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 공간은 ‘청음 공간’이다. 관람객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당시 녹음된 SP판 음원을 직접 들을 수 있다. 특히 우리 대학 동양학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다시 부르는 독립의 함성, 항일노래 600곡’의 음원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선조들의 목소리는 100년의 시차를 넘어, 시대를 버텨낸 이들의 강인한 숨결처럼 다가온다.

 

전시를 관람한 이동규(사이버보안2)씨는 “익숙한 동요들이 1900년대 초반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한국 가곡과 동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전시였다”고 말했다. 박성진(국제경영1)씨는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곡조가 임시정부 애국가로 불렸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며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마음이 느껴져 뭉클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 가곡의 역사와 선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세대를 넘어 전해진 노래와 멜로디를 직접 듣고 읽으며, 한국 음악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 이 전시가 한국 가곡의 문화적 의미를 공유하고 계승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동민 기자, 박성준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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