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법
평범한 삶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법
  • 배정아 기자
  • 승인 2025.11.11 09:00
  • 호수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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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문학
양귀자 『모순』

 

출판사: 쓰다
출판일: 1998년 6월 27일
페이지: 307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우리는 종종 ‘평범한 삶’을 하나의 기준처럼 여긴다. 그러나 평범함은 실체가 아니라 관념에 가깝다. 일상은 언제나 균열과 충돌, 감정의 굴곡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양귀자의 ‘모순’은 이러한 삶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드러낸다. 흔히 ‘모순’은 부정적인 충돌을 의미한다. 반면 이 소설이 보여주는 모순은 파괴가 아니라, 오히려 존재를 유지시키는 팽팽한 긴장으로 기능한다.

 

주인공 안진진은 어린 시절부터 가정 내 갈등을 경험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 가장의 자리를 떠안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닮아가는 쌍둥이 오빠. 진진은 일찍부터 기대와 실망 같은 감정이 서로 충돌하며 반복되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진진은 그 모순을 외면하거나 지우려 하지 않는다. 불완전함을 삶의 조건으로 덤덤히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는 태도를 택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서로 상반된 세계를 가진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난다. 낮과 밤, 열정과 안정처럼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가 그의 내면에서 조우한다. 여기서 모순은 두 감정의 충돌을 통해 삶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불행과 행복, 체념과 희망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이 아니라 한끗 차이로 맞닿아 있는 감정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말한다. 모순은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인간을 버티게 하는 긴장이다.

 

‘모순’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모순투성이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작품은 삶의 균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틈을 자신의 삶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범한 삶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것.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살아가려는 지속의 의지다.

 

모순은 결핍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살아가는 법을 묻고 있는 이들에게 ‘모순’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대답을 건넨다. 결국 삶이란 모순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끌어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배정아 기자 jeonga13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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