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평범한 인생은 놀랍다
모든 평범한 인생은 놀랍다
  • 이채은 기자
  • 승인 2025.11.25 09:00
  • 호수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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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문학
카렐 차페크 『평범한 인생』

 

출판사: 열린책들

출판일: 2021년 12월 10일

페이지: 280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은 더욱 완성되리라.”(239~240쪽)

 

체코 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은 말 그대로 ‘평범한’ 남자의 전기처럼 보인다. 시골 목장 집안에서 태어나 무난히 대학에 진학하고, 철도원으로 평생을 살아온 한 남자. 결혼과 승진, 전쟁과 은퇴로 이어지는 삶의 연대기는 그 자체로 특별할 것 없는 평면적 서사다. 그러나 평범해 보이는 인생 속 숨은 신비와 다층성을 알고 싶다면 이 따분한 전기만 읽고 책을 덮어서는 안 된다.

 

단조롭게 보이던 삶 뒤편에서, 주인공의 내면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안에는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여덟 개의 자아가 숨어있다. 평범이, 억척이, 시인 등으로 이름 붙여진 자아들이 주인공의 내면을 이룬다. 이들은 선량함과 근면, 우울과 낭만, 치욕과 자만까지 각기 다른 감정과 성향을 그의 삶 전체에 덧입힌다. 마치 하나의 몸 안에 여러 존재가 기생하는 듯하다. 이는 다중인격 장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인간의 삶이 하나의 모습으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묻는다. 나의 삶을 움직이는 자아들은 무엇인가. 주인공처럼 그 자아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다면, 우리는 결국 내면에 숨겨둔 가장 어두운 욕망과 두려움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내 안의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화해하며 삶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들여다보자. 이때 삶은 더 이상 단조로운 연속이 아니라 층위가 겹겹이 쌓인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차페크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누군지를 아는 데도 평생이 걸리는데, 어떻게 타인의 인생을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어떤 삶도 단순한 이야기로 치환될 수 없다. 복잡함과 다층성, 서로 다른 자아들의 어긋남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가치다. 그렇기에 ‘평범한’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자서전은 위대한 인물만이 쓰는 장르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전기를 써도 될 만큼 충분히 복잡하고, 충분히 놀랍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이채은 기자 chae0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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