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받았던 평범한 법학도… 우리 대학 학부 출신 첫 판사되다-이승재 판사(법학·17졸)
D+ 받았던 평범한 법학도… 우리 대학 학부 출신 첫 판사되다-이승재 판사(법학·17졸)
  • 신동민 기자
  • 승인 2025.11.25 08:45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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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2’ 보며 법조인 꿈꿔
군대 선임 공부 열정에 자극받아

2017년 로스쿨, 3년 뒤 변시 합격
“언론에 이름 오르내리지 않는
공정하고 과묵한 판사 되고 싶어”

 

지난 9월, 대한민국 신임 법관 임명식 명단에 우리 대학 동문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올랐다. 2017년에 우리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이승재 판사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거쳐 판사로 임용된 첫 사례인 그는 화려한 배경보다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왔다. 내년 2월 정식 발령을 앞두고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만나, 평범했던 법학도가 대한민국 판사가 되기까지 치열했던 여정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 법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우연에 가까웠다. 입시를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영화 ‘공공의 적 2’를 봤는데, 주인공 강철중이 검사로 나와 멋있게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께서 “너도 저런 거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며 지나가는 말로 권하셨는데, 그 말이 묘하게 와닿았다. 이후 고등학교 ‘법과 사회’ 과목을 재밌게 공부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아 자연스럽게 법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대학 시절은 어떠했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입대 전까지는 사실 학업보다 노는 것에 더 열중했다. 1학년 때는 기숙사 웅비홀에서 룸메이트와 밤새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느라 수업도 빠지기 일쑤였다. 시험 10분 전에야 급히 책을 훑어보고 들어가 백지를 내서 D+ 학점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공군 입대가 전환점이 됐다. 부대 선임이 전역 후를 대비해 한자 공부를 치열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사회로 나가면 나도 뭔가 해야겠다’라는, 막연하지만 강한 다짐을 안고 제대했다.” 

 

-이후 학교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복학해 보니 동기들은 이미 취업 준비나 고시 공부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껴 1학년 때 망쳐놓은 학점을 복구하기 위해 3학년 때부터는 매 학기 24~25학점씩 꽉 채워 들었다. 학점 포기 제도를 활용해 1학년 기록을 지우고, 법학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전공 공부에 매진했다. 당시 교내에서 시행하던 ‘시간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수님과 상담하며 로스쿨 진학을 구체화했고, 로스쿨 진학반 활동을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로스쿨에서의 일과는 어땠는지.

“충남대 로스쿨에 진학했는데, 말 그대로 ‘수업 듣는 고시생’이었다.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밤 10~11시까지 개인 열람실에서 공부만 했다. 당시 공부 시간을 측정하는 앱을 썼는데, 3년 동안 순수 공부 시간만 5033시간이 찍혔다. 하루 평균 5~6시간을 쉬는 날 없이 매일 공부한 셈이다.” 

 

-수험 생활 중 위기는 없었나.

“첫 학기 성적표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름대로 법학 전공자라 자신감이 있었는데, 100명 중 35등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준비생 출신이나 비상한 두뇌를 가진 동기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설상가상으로 교수님께 논술형 답안 작성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학부 시절 객관식 위주로 공부했던 습관 탓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의 변호사 시험 기출문제집을 사서 진도별로 답안 작성 연습을 반복했다. 그 결과 2학년 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졸업할 때는 9등으로 마칠 수 있었다.”

 

-변호사 시험 합격 후 바로 개업하지 않고 ‘재판연구원’을 택했다.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학부 시절 법원 견학을 갔다가 판사님을 보고 막연히 동경을 품었고, 로스쿨에 입학했을 무렵부터 판사를 목표로 했다. 판사 임용에 가장 유리한 경력이 ‘재판연구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략적으로 준비했다. 재판연구원 선발 기준은 ‘형사재판실무’, ‘민사재판실무’ 등 특정 과목 성적이 절대적이다. 이 과목들은 교내뿐만 아니라 전국 로스쿨생들과 경쟁해 등수가 매겨진다. 당시 선발 인원이 전국 100명 정도였는데, ‘무조건 이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달렸다. 다행히 두 과목 모두 교내 1등, 전국 10등 내외의 성적을 거두며 임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국선전담변호사 활동은 어떤 의미였나. 

“재판연구원 활동을 마치고 국선전담변호사로서 일했다. 직업 특성상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구속 피고인·고령자·빈곤층·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과 소통하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재판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배웠다.”

 

-판사 임용 지원 자격이 완화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고. 

“원래는 법조 경력 10년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었는데, 작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5년으로 단축됐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침 5년 차가 되는 시점이었지만, 이미 10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지라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가 ‘지금 유튜브 볼 때냐, 당장 공부해라’며 옆에서 등을 떠밀어준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다. 운 좋게 시기가 잘 맞아 임용될 수 있었다.” 

 

-내년 2월 법원에 배치를 앞두고 있다. 신임 법관의 생활은 어떤가. 

“판사가 되면 공부가 끝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현재 사법연수원에서 교육받고 있는데, 매달 시험을 보고 매일같이 판결문 작성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동기끼리 다시 고시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농담할 정도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공정한 재판을 위한 필수적인 훈련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법조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변호사 자격을 얻고 전문가라고 불리는 순간, 타인의 기대와 실제 나의 실력 사이의 간극을 체감하게 된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꾸준히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판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판사’가 되고 싶다. 요즘은 판결 하나하나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도 거센 시대다.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과묵히 제 할 일을 하며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조용한 판사로 남고 싶다.” 

 

치열했던 수험 생활을 보여주는 이승재 동문의 자리이다.
치열했던 수험 생활을 보여주는 이승재 동문의 자리이다.

스스로 한계 짓는 ‘심리적 허들’ 넘어라

 

그는 법조인을 꿈꾸는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전했다. “후배들이 로스쿨 진학에 겁을 먹고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흔히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로스쿨 입시는 학점과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점수 같은 ‘정량적 점수’가 중요했다. 점수가 높으면 학부 간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심리적 허들을 스스로 넘었으면 좋겠다. 또한, 오랜 수험 끝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초년 차 1~2년의 세월을 소홀히 보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판연구원 시절 모셨던 부장판사님께서 ‘이론을 실무에 적용해 보는 연역적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이라고 하셨다. 나중에는 사건 처리에 급급해지기 쉽다. 학생 때, 그리고 사회 초년생 때 깊이 있게 파고드는 공부를 통해 탄탄한 기초를 쌓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를 시작으로 우리 대학에서 더 많은 판사가 배출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법조계에서 후배들을 반갑게 맞이할 날을 고대한다”고 전했다.


이승재 판사는

· 2010년 단국대학교 법학과 입학, 학부 시절 ‘로스쿨 진학반’에서 법조인 꿈 구체화 
· 2017년 충남대 로스쿨 입학
· 2020년 제9회 변호사 시험 합격과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부 재판연구원 임용 
· 2021년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와 민사부 재판연구원. 사회적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들을 포함한 여러 사건의 법리 검토와 판결문 작성 보조
· 2023년 국선전담변호사 위촉. 구속 피고인과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론 활동
· 2024년 9월 신임 법관(판사) 임용. 법학전문대학원 체제 이후 우리 대학 학부 출신 최초의 판사
 

 

신동민 기자 shdm30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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