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깡통’, 죽전 ‘불법개조’… 학생 맞춤형 전세 전략 필요
천안 ‘깡통’, 죽전 ‘불법개조’… 학생 맞춤형 전세 전략 필요
  • 신동민·이채은·정세욱 기자, 박성준 수습기자
  • 승인 2025.12.09 09:40
  • 호수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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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주거 현실 탐구
대학가 다가구·방 쪼개기 성행
안서동 전세가율 85%까지 올라
“제도적 지원망 구축 절실해”

 

일러스트=윤현서 기자

죽전캠퍼스 앞 원룸에 입주한 재학생 A씨는 밤잠을 설친다. 저렴한 전세에 혹해 계약했지만, 얇은 가벽 너머 생활 소음이 상상 이상이었다. 뒤늦게 확인한 건축물대장에 A씨는 충격을 받았다. 해당 층은 원래 2가구 허가인데 집주인이 수익을 위해 5가구로 불법 개조한 상태였다. 그는 전세사기 위험군인 ‘불법 건축물’에 살고 있었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청년

전세사기 문제가 청년층과 대학가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보고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만400건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의 75.1%를 차지하는 2만2837건의 피해자가 2030 세대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다세대주택(빌라)이 가장 큰 비중(30.3%)을 차지했고, 오피스텔(20.8%)과 다가구주택(17.7%) 등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주로 거주하는 주거 시설이 뒤를 이었다.

 

피해 금액은 소액 구간에 집중됐다. 전체 피해 보증금의 97%가 3억 원 이하에 해당했으며, 특히 1~2억 원 구간이 42.3%, 1억 원 미만이 41.9%를 차지한다. 저가 전세 매물을 찾는 청년층이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청년층은 시세 파악 정보가 부족한 데다 비아파트 매물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비해 높아 깡통전세에 취약하다. 깡통전세란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큰 전세다. 정보 비대칭과 복잡한 계약 구조로 인해 청년 임차인이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문제다.

 

지난해, 지역별 임의경매 신청은 경기 1만6094건, 부산 6428건, 서울 5466건이 접수됐다. 충청권 역시 전년 대비 경매 물건 수가 약 4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의 임의경매 신청은 전년대비 48%p나 늘었다.

 

문제는 경매 물건이 쏟아져도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매물이 반복 유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낙찰받아도 세입자 보증금을 물어주면 남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이사를 하지도 못하는 ‘보증금 묶임’ 현상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당시 경기 불황으로 0.5%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는 물가 상승과 부동산 과열로 2021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23년에는 3.5%에 이르렀다. 집값 폭등기에는 빚을 내 자산을 확보했던 무리한 갭투자 수요가 많았지만, 금리 급등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폭증하면서 집주인들의 연쇄적인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의 위험이 세입자에게 전가됐고, 전세사기와 역전세 문제는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천안, “두정·신부동 주의 필요”

천안캠퍼스가 위치한 안서동은 전세가율 상승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는 장소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어가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안서동의 이달 전세가율은 85%대까지 치솟았다. 안서동에는 1명의 집주인이 건물 전체를 소유한 다가구주택이 많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단일 등기라 세입자별 보증금을 확인할 수 없고, 등기부등본에는 내 보증금만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다.

 

안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저당이 시세의 60~70%를 넘으면 위험하고, 등기부는 남이 출력해 준 것을 믿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열람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두정동과 신부동의 전세가율은 각각 76.7%, 78.2%다. 공인중개사는 “안서동은 월세 비중이 높아 전세사기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두정동이나 신부동처럼 전세 물량이 많은 곳은 집주인이 빚이 있거나 압박 받는 상황일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학생들이 등기부등본 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소유권을 나타내는 ‘갑구’와 빚(근저당) 내역이 있는 ‘을구’만 이라도 확인해야 한다”며 “주거 계약을 할 때 집이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 근린생활시설인지 등 용도별 구분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죽전캠퍼스 인근의 한 다가구주택 복도 모습. 한 층에 허가받은 가구 수보다 많은 현관문이 들어서 있어 ‘방 쪼개기’가 의심된다. 사진=신동민 기자
죽전캠퍼스 인근의 한 다가구주택 복도 모습. 한 층에 허가받은 가구 수보다 많은 현관문이 들어서 있어 ‘방 쪼개기’가 의심된다.
사진=신동민 기자

죽전, ‘건축물대장’ 열람 필수

죽전캠퍼스 주변 대학가는 등기부등본과 실제 구조가 다른 ‘불법 가구 분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앞에서 등장한 A씨의 사례가 바로 대학가에 성행하는 ‘무단 대수선(이하 방 쪼개기)’이다.

 

방 쪼개기 매물은 좁은 공간에 과밀한 인원이 거주해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증금을 보호해 줄 안전장치도 없다.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재된 집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만약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처하게 된다.

 

캠퍼스별로 문제 상황이 다른 만큼 대응 전략도 다르다. 우선 죽전캠 인근은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둔갑시킨 매물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뿐만 아니라 ‘건축물대장’ 열람이 필수다. 대장 용도란에 ‘근린생활시설’이나 ‘고시원’으로 표기돼 있다면 전세대출과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므로 피해야 한다.

 

천안캠 안서동 일대에서는 ‘선순위 보증금’ 파악이 핵심이다. 계약 전 반드시 ‘전입가구 열람 내역’을 요구해 이전 세입자들의 보증금 총액을 확인해야 한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서 선순위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는 집은 계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지역과 무관하게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현황이 다르거나 전세 대출 불가 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물론 현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재훈(도시계획·부동산) 교수는 “학생들이 안전 특약을 요구해도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는 거절당하기가 다반사”라며 “보증금을 최우선변제금 범위 내로 낮추고 나머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대학생 임대차 계약 검증 서비스’ 같은 제도적 지원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 대학과 정부는 주거 안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성균관대는 국토교통부와 연계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전세사기 예방 교육을 시행했고,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지자체와 협력해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정 교수는 “지자체는 전세가율 진단 서비스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대학은 학교 주변 건물의 분쟁 사례를 자료화해 알리는 ‘피해 예측·사전 경보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대학 법률상담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접수된 상담 55건 중 12건이 부동산 관련 자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학과 교수진이 계약서상 독소조항이나 법적 위험 요소를 자세히 짚어준다”며 “전화, 온라인, 방문 상담 창구 모두 열려 있으니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달라”고 말했다.

 

 

신동민·이채은·정세욱 기자, 박성준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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